눈이 떠지며 하루가 시작된다.
그러면 눈이 떠지면 하루가 시작되는 것인가?
하루의 시작점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제각기 다른 사람들의 하루들은 시작점도, 도착점도 다르다.

원치 않아도 시작되는 하루,
누군가는 간절히 바라왔던 하루,
또 어떤 이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하루.

사람들은 하루의 무게감을 알고 살아갈까.
그 무게는 얼마일까.

하루라는 단어 안에 내포된 수많은 의미들은
스쳐 지나간 뒤에서야 알게 된다.
향기만이 주위를 맴돌 때,
비로소 알게 되는 하루의 가치.

태양은 세상 모든 것을 녹일 듯 뜨겁게 빛나지만
나의 마음은 식어간다.
하늘의 구름은 하얗지만,
내 마음의 구름은 색을 잃어간다.

나는 자연을 닮고 싶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자연의 순리를 잃어간다.

지치고 무력한 나날.
졸리고 피곤하고 눕고 싶은 하루.
눈은 지쳤는지 비를 쏟고,
머리는 피가 말랐는지 굳어간다.

감각은 무뎌지고,
힘이 빠진다.
늪에 빠진 듯하지만,
어딘가 포근하고 안락하다.

현실을 잊고 싶은 마음,
상상 속에 살고 싶은 바람,
행복에 잠겨 현실의 자물쇠를 열고 싶지 않다.

힘들 때 나는 하늘을 본다.
또는 바닥을 본다.
시선이 향하는 이유는, 단지 "힘들기 때문에"일지도.

그 시선이 끝난 곳에서,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
그것은 찬란하고 아름답다.

세상의 준비가 안 되었다고 생각했던 나는,
어쩌면 나 자신을 더 미워했던 걸지도 모른다.
하소연할 곳도 없어,
이 감정들을 연기처럼 흘려보낸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듯,
이 무게도 사라지기를.

먹칠한 듯 나 자신이 검게 보인다.
나의 밝음은 어디로 간 걸까.
잃어버린 자아, 흐릿해지는 정체성.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딛기 두려운 그 한 걸음을 걷는 것.

그것이 나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