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기억이 많이 난다.

허구한 날이면 엄마는 힘들다며 집에서 나갈 거라고 했는데 나는 엄마가 없어질까봐 그런 말을 듣는 날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늘 불안했다.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단 이야기도 자주 했는데, 어린 나이지만 그게 자살을 암시하는 말인 것 정도는 눈치껏 알고 있었다.

특히 전업주부인 엄마가 정말로 집에 없을 때는 엄마가 정말 사라진 줄 알고 혼란에 빠졌다가 엄마와 친한 교회 집사님에게 집전화로 전화를 건 적도 꽤 있다. 도와달라는 이유였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하면서 불안에 떨다 엄마가 오면 엄마를 반겼는데 그 때 엄마는 왜인지 그런 나를 좋아했다. 아무래도 내가 엄마를 격렬히 반긴 탓일 거다.

나는 애착 물건이 없다. 내가 어릴 적 좋아하던 장난감이나 물건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갔다오면 버려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했던 인형을 서랍에 숨겨두었던 기억이 난다. 잘 갖고 놀지도 못했다.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유일하게 버리지 않았던 것은 책이기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책은 주로 인형과 함께 숨겨두었다.

나중에 나이를 먹고 엄마에게 왜 버렸냐고 물었을 때 그냥 뭐가 많길래 지저분해보여서 버린 거라고 했다. 치우고 가도 그랬으니 그냥 장난감이 너무 많아서 버린 것 같다. 장난감을 자주 사줬는데 그만큼 많이 버렸다. 누굴 주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무언가 지속적으로 다루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관심을 주는 것 자체가 의미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아해서 가져도 몇주 후에는 다 버려져서 그랬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