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유명 작품을 다 읽고서 한숨을 내쉰다. 내가 그 책을 읽고서 느낀 것은 밑도 끝도 없는, 깊은 열등감. 열등감은 한 순간에 절망으로 돌변하여 약해빠진 마음을 좀먹는다.
이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낀다 ― 나는 적어도 지금만큼은 이런 작품을 쓸 수 없다.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을 쓰기까지 나는 얼마나 걸릴까. 1년? 3년? 10년? 어쩌면 평생 글을 써도 따라잡지 못한다. 재능의 차이는 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나는 다른 부분에서 탁월한 재능을 지녔기 때문에. 하지만 나는 글쓰는 재능은 타고 태어나지 못했다. 그저 좋아해서 글을 쓴다 ― 그걸로는 한참 부족하다. 죽을 만큼 노력해도 한계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창의력의 부족. 어휘력의 부족. 복선 처리의 미흡함.
자신의 글을 쓴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편하게 다른 사람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너무도 두렵다. 타인의 소설과 자신의 소설을 비교해대는 나를 보며 한심하다고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다. 나는 예전부터 마음이 나약한 인간이었다. 타오르던 의지도 한 순간의 체념에 휩싸여 무너진다.
그렇지만, 그렇게 밑바닥까지 추락해도 나는 어느새인가 다시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하는 내 자신이 싫다. 찰나의 고독과 비애는 언제나 나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몇 걸음 나아가다가 좌절에 발목을 붙잡혀 쓰러진다. 그리고 버릇처럼 힘겹게 일어나 다시 몇 걸음 나아간다. 이 행위가 되풀이 될 때 마다 정신은 만신창이가 되어간다.
나의 가슴속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열등감은 절망으로 변하여 나의 마음을 좀먹는다. 나는 언제나 그것과 맞서 싸워야한다. 피폐해진 몸과 마음은 무엇을 위해서인가. 어쩌면 나는 시벽이 있는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