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피곤하다.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걸까. 요새는 입버릇처럼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혼자 하는 후회조차 피곤하다. 오늘 하루 고생했다고 내뱉는 혼잣말조차 피로해. 널뛰는 기분 사이에서 너덜너덜해진 공처럼 굴러다니고 있어.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다 낡은 공처럼 온몸이 찢어져 있는거야.
아무 준비도 못한 채로 맞이하는 아침도 지긋지긋하고, 날 물고 늘어지는 밤은 아침보다 더 지리멸렬하다. 멍하니 앉아서 벽만 노려보고 있는 낮엔 물속에 잠긴 것처럼 숨이 막혀.

내 옆구리를 쿡쿡 찔러대는 희망이 버겁다. 금방이라도 날 삼킬 기세로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절망도 무서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버텨낼 내 자신이 안쓰럽다. 맘껏 울고나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을까 싶어 온종일 베개에 얼굴을 처박고 있어도 눈물 한 방울 안 나오는 날이 오늘로 며칠째인지 셀 수조차 없다. 벽에 머리를 처박고 싶은 충동이 들 때마다 가슴이 서늘해져. 베란다 난간 틈 사이에 두 다리를 덜렁대며 매달려 있던 어느밤이 떠오르는 날에는 서둘러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숨는 내 뒷모습이 처량해.

아무리 떠올려봐도 원망할 사람이 생각나지 않는 날에는, 어떡해야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