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속 카메라는 성능이 좋지 않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고, 또렷히 기억하려 미간을 모을수록 주변만 일그러진다.
아마 중력 때문이겠지.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도 모른 채, 건내려는 말 한마디가 무거워지는 만큼 왜곡된다.

그 날은 흙냄새가 나지도 않았고 여느때처럼 불규칙한 익숙함을 행하고 있었다.
문득 들려오는 청량한 냄새는 내 두 눈동자를 흔들었다.
난생 처음 보는 광원에 카메라는 고장을 냈다.
녹아내려 찐득이는 필름을 복구했던 내 손은 화상자국 투성이었다.
물집이 잡히는 것도 혹은 잡힌 것도 모른 채 셔터눌러댔다.
잠들기 전 확인한 결과물은 모두 흔들려있었다.
피사체가 흔들린 탓인지, 물집때문에 흔들린 손 때문인지.
알게뭐야
그저 다음셔터를 누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중력을 거스르고 싶어 나아간 말 한마디는
빛은 직선으로 움직인다는 나의 착각을 무너뜨렸다.
그제서야 인화된 사진을 어질러 보았다.
중력때문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