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축화에 대한 소고》

무릇, 문명이라는 것은 야생성의 정제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야생성의 장기 보관 방식에 가깝다.
포장된 냉동육처럼 겉보기에 그럴싸하나, 본질은 여전히 ‘고기’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본인은 이따금 창문 밖을 내려다보며, 출근하는 인간의 물결이 실은 축사에서 사료통 앞에 줄 서는 젖소 무리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 발언이 동물에 대한 모욕인지, 인간에 대한 모욕인지는 청중의 교양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자기 가축화란 타자의 폭력에서 자발적 안락으로의 이행이며, 동시에 자율적 굴종의 개념이다.
쉽게 말해—“세상이 나를 괴롭히기 전에 내가 나를 길들인다.”는 뜻이다.
다소 자기기만적인 정의이나, 현 인류 사회의 작동 원리로는 제법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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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생명체는 자율성을 보존하는 선에서 협업을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협업이 생존의 유일한 방식이 되어버리는 순간, 자율성은 ‘선택지’가 아니라 ‘향수’가 된다.
미토콘드리아는 한때 독립된 생물이었으나, 세포 속으로 흡수된 후 유전자의 상당 부분을 숙주에게 위탁하였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더 이상 스스로 생존할 수 없다.
“조금 더 안전하고, 조금 더 안정적인 대가로, 완전한 독립을 포기한 존재.”

이 점에서 보자면, 본인은 현대 사회인이란 대형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회사를 세포막으로 삼고, 국가를 숙주로 삼아, 외부 자극을 필터링하며 살아간다. 문제는, 누구도 스스로의 유전자가 이미 타자에게 귀속되었음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혹은, 자각했으나 ‘더 이상 상관없다’고 결론 내렸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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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은 자연 상태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단순한 퇴화가 아니라, 환경 자체에 대한 이해를 잃었기 때문이다.
늑대는 먹이를 ‘추적’하지만, 개는 밥그릇을 ‘기다린다’.
둘 다 배는 채우지만, 전자는 자율이고 후자는 위탁이다.

본인은 오늘도 출근한다.
출근길은 사냥이 아니며, 회의는 생존을 위한 전략이 아니다.
단지 숙주의 신진대사를 돕는 대사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간은 독을 해독하지만, 그것이 독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본인은 간 같은 부서에서 일하며, 더는 독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제시간에 처리되었는가’만이 중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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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가 묻기를, “그래서 당신은 이 상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면
본인은 이렇게 답하고 싶다.

문명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유기체가 유기체를 길들여 얻은 에너지,
그 유기체가 다시 스스로를 길들여 최적화한 효율,
그리고 언젠가는 모든 최적화가 부작용을 낳고,
그 부작용이 새로운 야성을 부른다.

진화란 본디, 안정에 대한 반발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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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전철을 탔다.
사람들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눈치를 봤고, 눈치를 보는 그 눈치를 피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전철은 뱃속 장기처럼 소리 없이 진동했고, 우리 모두는 도시라는 소화기관 안에서 대사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우리는 언제부터 길들여졌는가.”

물론, 그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
표정은 평온했으나, 눈동자는 들끓었다. 그는 계속 중얼거렸다.

“가축은 다시 야생을 꿈꾸는가. 아니면 야생이 뭔지 잊었는가.”

기묘하게도,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하는 자신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내릴 역은 아직 멀었고,
야성보다는 내일 발표자료가 급했다.

남자는 다음 역에서 경찰에게 제지당했다.
물리적 충돌 없이 끌려 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본인은 문득 생각했다.

그는 반란을 꾀한 내장이었다.
그가 암인지, 아니면 새로운 장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간은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