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릴리 라릴라, 사막 여기저기를 걸어다니는 코끼리이다.
그의 등에는 깨진 껍질과 기억의 조각이 붙어있다.
그는 매일같이 길을 걸었지만 그 길은 아무 곳으로도 향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의 발은 과거를 따라가고 그림자는 미래를 향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사막은 기억이 너무 많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장소였다.
"선인장 가시는 내게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 가시 하나하나는 오래 전부터 자신이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ㅡ 친구의 이름을 잊은 날, 꿈을 포기했던 날, 사막은 따뜻하니까 외롭지 않다고 스스로를 속였던 날.
그는 매번 자신의 가시에 찔리면서도 말한다.
"내가 그냥 모래였다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그 아픔은 그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어느 날 파란 하늘을 가르며 하늘색 열기구를 탄 '라몬 삼촌'이라는 사람이 내려왔다.
그는 웃으며 말한다.
"넌 여기서 뭐하니? 나도 와이파이 좋아하는데, 넌 어때?"
그 말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았지만 리릴리 라릴라는 그 말이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뜻임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리릴리 라릴라는 숨도 못 쉬고 대답했다.
"전 지금 샌들을 신은 선인장이 어떻게 옷을 입고 걷는지를 이해할 수 없어요!"
그건 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닌,
'세상이 너무 말도 안 돼서 나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어요'라는 외침이었다.
라몬 삼촌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이 타고 온 열기구에 리릴리 라릴라의 깨진 껍질을 하나 얹었다.
그리고 그는 걷기를 멈추었다.
그날 이후, 리릴리 라릴라는 더 이상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
사막 위에, 작고 단단한 선인장 한 그루가 자라기 시작했다.
그 선인장은 샌들을 신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엔
"시간은 걷지 않으나 마음은 여전히 움직인다" 라는 글이 새겨진 조약돌 하나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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