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오스카에서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큰 화재가 되었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소감을 발표하면서 '기생충'과 함께 노미네이트된 '아이리시맨'의 감독 마틴 스콜세이지에게 존경을 표한 일 또한 큰 화재가 되었다. 봉준호는 수상소감에서 마틴 스콜세이지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말은 반드시 대단한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다루지 않더라도, 자기자신을 고찰하고 자신과 그 주변에서 이야기를 창작하는 것 또한 매우 훌륭한 이야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소설이나 영화등은 그 소재가 무엇인가와 관계없이, 작가가 얼마나 그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고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결정된다. 마틴 스콜세이지와 봉준호 또한 자신들이 속해 있는 사회와 자기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찰함으로써 꾸준히 좋은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만으로도 독자는 즐겁게 읽을 수 있지만, 결국 등장인물은 독자와 다른 타인이기에, 독자들은 이를 개인의 이야기로만 치부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야기를 한단계 발전시켜 그것이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독자들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끼게 하는 지점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시가 '기생충'과 '아이리시맨'이다. 두 작품 모두 등장인물들만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특정 장면을 통해 관객들이 이야기에 크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지점에 주목하여 두 작품에 대해서 서술하고자 한다.

'기생충' - 우리 몸에서 나는 지하철 냄새
기생충에 냄새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이다. 기생충에 등장하는 세 가족은 거주지뿐만 아니라, '냄새'라는 감각적 요소로도 계급이 구분이 된다. 사는 곳으로 계급이 구분되는 것보다 냄새로 계급이 구분되는 것이 더 명확하고 더 잔인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기택 가족은 반지하에서 잠을 자더라도 낮에는 부잣집 가족과 함께 저택에서 생활할 수 있지만, 냄새는 낮이고 밤이고 항상 기택 가족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의 반지하 냄새란 멀쩡한 겉모습과 달리 본질적으로 그들을 부잣집과 갈라놓는 주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 초반 기택 가족의 한심한 행동들을 보며 '나는 저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심리적 거리감을 두었을지도 모른다. 기택 가족과 달리 자신은 꾸준한 수입이 있고, 반지하에서 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중반 부잣집 가족과 기택 가족을 갈라놓았던 냄새의 정체가 지하철 냄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무의식적으로 기택 가족과 심리적인 거리감을 두고 영화를 보던 관객들을 기택 가족과 동일선상에 놓이게 만들어 버린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지하철을 타본 경험이 있고, 자주타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는 자신 또한 기택과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 대사 한마디를 통해 기택의 가족이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이상한 가족이 아니라, 우리들과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관객들은 기생충의 이야기와 주제의식에 더 빠져들게 된다.

'아이리시맨' - 마피아 히트맨에서 우리네 아버지로
'아이리시맨'을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내용을 먼저 정리하고자 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필라델피아 마피아 보스 '러스'와 노동운동가 '지미 호파' 밑에서 일했던 히트맨 '프랭크 시런'이다. 1950~70년대 미국은 노동조합의 힘이 막강하였고 트럭 노조 위원장이었던 호파와 같은 사람들의 권력이 대단했다. 이때 마피아들이 노조와 손을 잡아 노조의 과격 노동운동을 지원했고, 노조는 마피아의 자금 세탁처가 되었다. 프랭크는 마피아 조직과 노조 양쪽에서 일하면서 암살이나 테러 등을 담당했다. 이후 노조 내의 정치 싸움이 일어나게 되고, 러스의 결정에 따라 프랭크는 자신의 친우였던 호파를 암살하게 된다. 프랭크의 딸 패기는 어렸을 때부터 러스나 아버지 프랭크는 무서워했지만 호방한 호파는 매우 좋아했는데, 호파와 친한 친구였던 아버지가 호파를 죽였다는 것을 눈치채고 아버지와 절연하게 된다.

마피아 히트맨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미 호퍼 같은 사람은 현대의 미국인이나 한국인에게는 생소하기에 영화에 몰입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작품 후반부에 카리스마 넘치던 마피아들이 늙어서 빌빌거리는 모습이나, 프랭크가 딸인 페기에게 절연당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의 늙은 부모님을 떠올리기도 하고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관계가 악화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프랭크와 페기의 관계는 가족 내 세대 갈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부모님 세대는 자식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식과 정서적 유대감을 쌓기 보다는 먹고 살 돈을 벌고자 물불 안가리고 돈을 벌었다. 그러다 보면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을 하곤 한다. 한편 자식들은 부모님, 특히 아버지와 정서적 교류가 없는 경우가 많고, 그가 부도덕한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 크게 실망하여 갈등이 일어나곤 한다. '아이리시맨'의 배경과 전혀 상관 없는 한국에서도 매우 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두 작품은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영화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개인의 이야기를 모두의 이야기로 치환시켜서 작품의 주제를 강조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모두의 공감을 일으키는 '보편적인 이야기'라는 것은 그 소재나 주제와 설정이 많은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이야기 자체는 매우 개인적이고 특수하지만, 이야기의 특정 지점이 사회와 개인의 보편적인 성질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마주하고,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재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