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느닷없이 한 쪽 머리속을 탁 하고 후려치는 듯한 기분 나쁨이었다.
크게 아프지도, 얼얼하지도 않았지만, 기분 나쁜 고통.
취한 나머지 이리저리 통제되지 못한 생각들 중 가운데,
자기 홀로 오롯이, 읊조리듯 나를 질타했다.
실없는 웃음이 발작하듯 목구멍에서 튀어나왔다.
웃음을 멈출 수 없었지만, 옆자리에 앉은 대리기사가 불안하게 힐끔거리는 모양새에
억지로 소리만은 참아본다.
하지만 억누름사이로 새어나온 헛웃음이 다시 흘러넘친다.
"흐흐....""
취기 사이로 그렇게 기분 나쁜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어느덧 지하주차장에 도착한 대리기사는 그제야 힘겨웠던 업무를 하나 끝마친냥
"감사합니다"
한마디 신속하게 내뱉고는 자리를 떠난다
그제야 목젖까지 넘실거렸던 웃음을 내뱉는다
"키키키키킥..... 흐흐흐흐흐흐....."
한참을 실성한 사람인냥 웃음을 뱉어내다가, 시간을 힐긋 10시 48분
차키를 챙겨들고 집으로 향한다

양말을 훌러덩, 옷을 여기저기 털썩 털썩
갈증이 사정없이 목을 긁어대는 와중에
급한대로 냉장고에 있던 생수를 벌컥이며 들이킨다
분명 물을 마시는데도 섞여서 나는 술맛에 오늘 얼마나 과음했던 것인지 깨닫는다.
자다가도 물이 생각날것이 뻔했기 때문에, 물병을 침대 옆에 두고서는
침대에 몸을 던진다

어둠인지 천장인지 분간이 안가는 허공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리곤 눈을 감고는 애써 무시했던 기분 나쁨을 다시 떠올린다
.
.
.
.
.
.
" 야, 나는 빨리 결혼하고 싶다."
'해! 하면되지, 나는 그닥 빨리하고 싶진 않다.'
"대충 서른이면 결혼해서 애하나 있지 않겠냐?"
'그렇겠지, 직장도 다니고 있을테고'
"나는 형제로 커서 꼭 딸낳아보고 싶다"
'딸생각은 안하냐? 네 얼굴 닮으면 어쩌려고?'
"지 인생을 지가 알아서 하겠지"
'책임감 없는 새끼... 내가 이거 나중에 꼭 네 딸한테 이야기한다'


아무런 근심도 없이 미래에 대해서 가볍게 확신하던 그날의 내가 생각나서...

마치 그날의 내가
"넌 여기서 뭐하고 있니?"
하고 물어보는 것 같아서
그래서...... 기분이 나빳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