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잠자코 듣고만 있던 스승이 입을 열었다.
"네 재능의 한계가 거기까지라면 그 일을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도라 생각한다."
대답을 들은 제자는 만족하지 못한 눈치였다. 방 안을 서성거리고 이곳 저곳을 둘러보더니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렇다면 제겐 꿈을 포기하는 게 방도란 말입니까?"
스승은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찬장을 열고 술을 꺼내왔다. 근처에 있던 잔을 집어든 뒤 제자에게 건냈다.
제자가 두 손으로 잔을 받치자 스승이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충분한 양이라 생각했지만 스승은 만족치 못한 듯 술을 계속 부었다. 투명한 액체가 잔을 가득 채움에도 스승은 계속 술을 따를 뿐이었다. 제자는 조바심이 났다. 이대로라면 술이 넘쳐 바닥이나 손에 튈 것이다. 제자는 손을 거두려하였다. 그러자 스승이 그윽한 눈으로 제자를 바라보았다. 그런 뒤 술병을 거두었다.
스승이 말하였다.
"이해하겠느냐? 인생은 이와 같지.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추구하고 노력하는 것. 남의 의견따윈 사사로운 일일 뿐. 아무리 내가 너에게 충고 비스무리한 잡설을 하더라도 네가 만족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느냐? 그러니 조언 같은 건 사치일 뿐이다."
들이켜라. 스승의 짧은 한 마디에 제자는 잔에 가득 담긴 술을 마셨다. 쓰고도 달콤한 맛이 목 안에 감돌았다.
"물론 조언이란건 그 술처럼 혀를 자극한다. 미각을 희롱하고 사리분별을 못하게 만들지. 하지만 네 몸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현실을 잊게 만들 뿐이거든. 진정으로 너에게 도움이 되는건 그런게 아닐거라는 것 쯤은 네가 가장 잘 알것이다."
제자는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