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작가로 데뷔한 지 5년이 된 중고신인 작가입니다!

대학생 때 로봇 교사라는 장편소설을 한 권 쓰고 소설가가 되었는데 그 때는 제가 바로 성공할 줄 알았음. 왜냐하면 진짜 재미있는 책이었거든요.

근데 그 책은 제 생각만큼 그리 많이 팔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약간 실망했지만 절치부심하고 바로 다음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함.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냐면 "우리 시대의 반지의 제왕을 써보겠다"라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대하 판타지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는데

1년이 지나도 구상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자

"아 이 작품 하나에 너무 오래 매달리는 것 같은데?" 싶은 생각이 들어서 잠시 중단하고 다른 짧은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함.

그게 저의 두번째 소설 하현임.

저는 이 소설의 아이디어를 서브웨이에서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다가 떠올렸음.

그리고 3개월 만에 완성해서 출판사에 투고했는데 출판사 대표님이 바로 다음날 전화해서 "와우 이렇게 훌륭한 소설은 출간을 안 할 수가 없겠어요!"

그러시길래 기대를 많이 하면서 출간했는데 이건 진짜 망했음.... 거의 안 팔리더군요. 아니 진짜 재미있는 책인데 왜 안 팔리지.

그렇지만 다시 절치부심하고 원래 구상하던 판타지소설을 열심히 써서 마침내 흑마법서라는 천 페이지 분량의 판타지 소설을 완성함! 쓰는데 3년 걸렸지요.

그리고 이걸 100군데가 넘는 출판사에 투고했는데 단 한 곳도 연락이 안 와서 크게 좌절했습니다. 내 20대의 3년이라는 시간을 바쳐서 쓴 소설인데 아예 출간이 안 되다니....

하지만 인생이 뭐 그런 거겠죠.

그래서 다시 어느 날 영감이 떠올라서 43일만에 쓴 소설이 청소년 소설 푸른 용의 나라임. 이 소설은 제 소설 중에서 최초로 삽화가 들어가는데 1210목유라는 작가님이 멋지게 그림을 그려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 소설도 별로 팔리지 않더군요. 작년 여름에 나왔지요.

그래서 "아 이제 어떡하지 빨리 성공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던 중에

2016년에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을 보고 '나중에 꼭 무당이 등장하는 판타지소설'을 써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메모해둔 게 생각나서

그 메모를 토대로 완성한 소설이 판타지소설인 엑스터시임!

그리고 이 소설은 지난달에 출간했는데, 내 야심작이라서 나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데

문제는 네이버에 검색이 제대로 안 되네요. 엑스터시라는 마약이 있기 때문이래요.

아오 진짜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검색이 잘 안 된다는 건 진짜 치명적인 일인데.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다가, 엑스터시를 출간한 직후에 삘 받아서 쓴 청소년 소설을 또 운 좋게 계약해서 올해 상반기에 출간할 예정입니다.

이 소설은 저에게 개인적으로 특별한 소설인데, 왜냐하면 구상과 집필과 퇴고에 총 8일이 걸렸거든요. 물론 대충 쓴 건 절대 아니고 열심히 썼는데

삘 받아서 빠르게 휙 써버렸지요.

그래서 8일만에 쓴 장편소설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지금 기대중입니다.

아무튼 제가 작가가 된지 올해로 딱 5년 됐는데, 작가로 산다는 건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바로 돈을 잘 못 번다는 겁니다.

제가 그리고 재테크도 잘 못해서 인세로 받은 얼마 안 되는 돈은 다 먹는데 써버려서 지금 재산이 한푼도 없는 상황임!

이런 가난한 무명작가인 채로 곧 올해 생일이 지나면 저는 만 나이로 서른 살이 됩니다....

생각해보면 20대를 오로지 글만 쓰다가 지나간 것 같아서 약간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근데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한 거라서 아쉽지는 않아요. 단지 무명작가라는 게 슬플 뿐...

아무튼 그래서 전 지금 부모님에게 얹혀 살고 있는데

부모님이랑 약속을 하나 했거든요. 만 30세가 될때까지 작가로 성공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면

전업작가를 그만두고 취직하겠다고요

그래서 지금 서른 살 생일까지 155일 남았는데 너무 떨립니다. 아 진짜 취직하기 싫다ㅋㅋㅋㅋ

직장인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저는 회사 다니는 거 도저히 못할 것 같아요. 할 줄 아는 게 소설 쓰는 것 하나밖에 없거든요.

아무튼 제 인생사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지만

저는 소설가라는 직업을 사랑합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말처럼 소설가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직업입니다. （그 분은 소설가보다 못한 직업으로는 미국 대통령 같은 게 있다고 말했지요）

저는 소설을 사랑하고 소설가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돈도 사랑합니다. 근데 가난해서 많이 슬픕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20대를 보냈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웃대의 문학게시판 여러분들 모두들 즐거운 독서 생활 되시고

혹시 이중에 작가나 작가지망생분들이 계시다면

모두들 꿈을 이루시고 성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