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빈말로도 어리다고 못할 나이에 접어든 순간이다.
어제와 오늘의 난 다른게 없는데, 달력의 숫자가 바뀌고 바라보는 거울은 감회가 새롭다.
아직 젊다고 위로하기에는 이제 슬슬 불안한 나이, 주변은 하나둘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나이,
나는 철없이 이 세월을 바스러뜨리며 살아가는 도중, 불연듯 스치는 불안감이 아린다.

즐거웠던 것들이 하나 둘 재미가 없어져가고, 그나마 있던 재주도 이제는 바래져간다.
내게 남은것은 약정이 한참 남은 액정 깨진 스마트폰 같은 몸과 남아도는 시간 속에 무료함이다.

목적도 목표도 없이 살아가는 날들이 계속된다.
사랑한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이제 사랑하는 법 조차 잊어버린 까닭에
스스로를 행복하다 믿어버린다.

주말에 의미도 없는 유튜브 쇼츠 따위를 보며 차가운 맥주를 들이키는 것 따위에 행복해 하는 인간임을 한탄하며 오지도 않을 인연만 기대하는 것이다.

지나간 해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저 해를 잡아둘 기운도 여력도 없는채로
그저 매 해를 체념하듯 맞이하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해를 맞으며
점점 재미없는 시시한 인간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진작에 없어져버린 생기를 그리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