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라는 이유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매일 같은 공간에 있던 친구들이 각자의 삶을 시작하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와중에

잠시 모여 인생을 한탄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다시 하며

추억을 나누었다.

2차를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와중에

음악을 꾸준히 하던 녀석이 술집 하나를 소개하더라.

안주 하나 없이 술 한 잔 시켜놓고

음악을 듣거나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란다.

나이 좀 먹었다 해도 낭만을 찾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려는데

그 녀석이 갑자기 나가서 드럼을 쳐보란다.

드럼스틱을 놓은지 10년은 되어가는데, 그냥 치란다.

부끄러워 처음엔 거절했으나

음악이 언제부터 잘해야만 즐거운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잊어버린 꿈을 살포시 집어 들었다.



드럼비트 위로 악기가 하나씩 쌓인다.

술기운이 올라와 손이 자꾸 버벅인다.

무대를 화려히 수놓던 소년은

얼굴 빨개진 채 휘적이는 아저씨가 되었다.

멋없는 무대.

관객도 열 명 남짓한 초라한 무대.

오랜만에 마주한 작은 소년은

형편없이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