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내리는 계절의 아침의 추위는 고독하다.
이제는 덧없이 보낸 청춘이 보이지도 않을 무렵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시리다.
표독스런 삶에 남은 것이라곤 몇 푼조차 되지 않는 돈이요, 망가지며 빈말로도 어리다고 할 수 없는 나이가 된 거울 속의 남자는 우울하다.

겨울이 추운 것은 세상의 이치요 도리이다만, 유독 나이가 들 수록 시리게 느끼는 것은
하나는 늙어가는 몸뚱아리요, 하나는 식어가는 열정이요, 하나는 스러지는 젊음 때문이랴.

한 잔의 술에 하루를 팔며, 홀로 살아가는 외로움에 짝을 찾아 나서고 싶다만
SNS의 행복한 이들을 바라보며 꺼진 스마트폰에 비친 검은 화면의 추한 남성은 이내 체념한다.

겨울 바람이 불어온다. 출근길의 바람은 더 매섭다.
아무리 껴입어도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냉기가 신경을 곧세운다.
이내 하얗게 덮혀 침묵하는 도시에서 나는 휘청이다 간신히 바로잡는다.
두렵다. 나는 서있기 조차 힘든 이 계절, 다가오는 봄 보다 불어오는 바람이 가깝다.

언젠간 아무도 없는 빙판길에서 넘어진적이 있다.
크게 다쳐 쓰라리는 무릎보다, 혹여나 운 나쁜 상상을 떠올리면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얼어가는 붉은 액체를 떠올린 적이 있다.
그러다 보면 더욱이 이 빙판을 조심하면서, 겨울이라는 계절을 증오하게 되는 것이다.


눈이다.
이내 이 눈이 그 얼어버린 붉은 것을 덮고
나를 더 잊혀지게 하겠지.
그러다 비로소 봄이와야 나를 찾아낼거야,
바닥에 닿은 그 순간 그대로 얼어붙은 나를
이 겨울은 영원히 나를 잡아둘테다.

무섭다.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 살아가고 싶지만 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