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 견딜 수 없었던 거야.
지금 순간도 마찬가지일 테고.
구멍 뚫린 뱀처럼 기어가는 거겠지.
모든 꿈틀거림에 돌조각과 흙무지가 상처를 관통함을 느낀다
오래 또아리 트는 뱀의 눈을 생각해.
요동치는 조바심을 남의 것인 양 보는 고개 끝.
견딜 수 없겠다는 환멸로 중첩해 스스로 허물이 되어가는 뱀의 모양인 거야.
벗어진 허물 안에 새것인 본체가 없는 허망.
땅에 섬뜩히 엉겨 붙고도 흐릿해져 가고 있어.
아니, 어쩌면 바로 그 때문인 걸까.
잇새에는 독이 차오른다.
차오른 독을 머금어 혀가 녹아 붙는다.
이렇게나 시퍼런 뱀의 입속을 가지고도 왜 뱀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왜 물고 비틀고 몸부림치다 까뒤집힌 배로 마침내 죽지 못하지.
너는 내게 응석 부렸음을 깨닫는다.
몇몇의 빈약한 관계가 내게 그만큼의 따뜻함과 너그러움을 받아 갔음에 조금 놀란다.
어디에 그런 것이 있었지, 나는 멋쩍어 뒤적이며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없는 것이 어떻게 불쑥 나와버렸었는지.
원하기만 했다면 나는 뱀이 아닐 수 있었을까.
낯익어진 손을 변덕 부리듯 해치지 않았을까.
교화의 덕을 체화한 이야기로 끝맺을 수 있었을까.
그러나 환멸은 허기와 같아, 이빨을 만족시켜야 했다.
결국 위대함도 절절한 사상도 진보와 영웅과 신성함도 일개 유희일 뿐이다.
실존의 온갖 위업은 아름다운 꽃 박람회를 열어 경탄하는 문외자들을 보기 위한 것이다.
어떻게 아닐 수 있을까.
규칙도 틀도 스스로 만들어 스스로 즐기는, 완전한 원 그 자체나 다름없는 신적 무용을.
그러나 나는 생각할 뿐 아무것도 진실로써 알지 못하였다.
그저 자유를 한껏 쥐고 돌을 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