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자랑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기쁨에 몸서리치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이 일을 알려주고
나의 감정을 나눠주고 싶었다.

핸드폰을 들었다.

열심히 전화번호부를 뒤적거렸다
아무리 연락처를 뒤져도
'이야기할만한 친구'를
찾을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이런 일은
학창시절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왜 그때는 쉬웠던 일이 지금은
고민과 번뇌속에 좌절하는 일이 되어버렸을까

온 몸을 가득 채웠던 감정들이
서서히 식어간다

나는 순식간에 비참함을 마주했다...
삶이란 이토록 쉽게 일희일비가 역전될 수 있는거구나

절망이 손을 내리눌러 전화기가 바닥을 향해가던
그 때
왜 였을까,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놀란 마음을 다잡고 통화를 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기쁜일을 전해주고
축하받고, 같이 기쁨을 누렸다

사실 겁먹고 있는건 내 소심함이었다

이해받지 못할까봐
기뻐해주지 않을까봐
괜한 부담감을 느끼게할까봐

그들을 얕본 내 오만함이었다

내 비참함을 만든건
그들을 소인배로 만든건
스스로 소심함이라 일컫는 같잖은 내 오만함이었다.

오늘은 한번 그 소심함을 외면해본다.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별일 없지?
다른게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