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憐憫） 중 연（憐）은 마음 심（心）을 부수로 하여, 도깨비불 린（燐）이 합쳐진 한자라고 합니다. 불쌍히 여길 연이 어째서 도깨비불과 관련이 있을까요? 도깨비불은 비단 동양 뿐만 아닌, Will-O'-The-Wisp, 이른바 위습이라는 명칭으로 서양의 오컬트적 요소로 존재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급되었던 도깨비불은 무덤의 인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사람이었던 것에서 일렁거리는 도깨비불. 그리운 이의 묫자리를 찾은 사람이라면 도깨비불을 보곤,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불이 되었노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동시에 묻힌 이를 그리워하고,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이 피어났겠지요. 불쌍히 여길 연은 이러한 감정에서 탄생한 한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어두운 배경 속, 알 수 없이 피어나 몽롱히 일렁이는 빛은 보는 이에게 혼란을 안깁니다. 이러한 빛이 마음 속에 피어난다면, 이유를 모른 채 누군가를 가련히 여기게 되는걸까요? 연민의 원인은 따질 수 없으나, 그 근본적 계기는 분명 애정일 것입니다.

애정에서 비롯된 측은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애（愛）를 애（哀）로 희석시킵니다. 앞서 품고 있던 감정은 흐리고 또 흐려져, 그것이 사랑인지 슬픔이었는지 알 수가 없게 됩니다. 사장된 설렘의 무덤에서 피어난 연민이라는 도깨비 불이 여러분들의 마음을 홀리고 있지는 않나요?

-

오랜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