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거리를 나설때 느끼는 서늘함에 가을의 정취를 맡는다.

푸른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양팔에 안고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발을 딛는다.

어느덧 울긋한 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가로수 사이로 조금은 불쾌하지만 미워할 수는 없는 은행 냄새들 사이를 지난다.

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계절의 사람들은 제각기 꼬물거린다.

생긴지 얼마 안된듯 깨끗한 유리창으로 비치는 아침부터 가게를 준비하는 뿔테 안경을 쓴 청년,

실내화 가방으로 서로 투닥거리며 술래잡기를 하며 등교하는 아이들,

매번 졸린듯한 눈을 비비며 저가형 카페의 키오스크에서 아메리카노를 사는 앳된 티를 못벗은 여자,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낙엽을 쓸고있는 어딘가 귀티가 나는 둣한 여인,

서로 캔버스에 다른 색들이 수놓인다.

이런날로 하여금 나는 간혹 늘상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고싶은 충동에 휩싸이곤 하며,

내가 이십분 일찍 출발하는 연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골목에 들어서면 만나는 우연한 발견을 할때면, 마치 스스로 콜럼버스가 된 것 같은 만족감을 느끼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꽤나 정갈하게 꾸며진 카페에서 나오는 클래식, 저것은 무슨 음악일까, 베토벤? 아니, 슈베르트의 음악인가? 선율에 이끌려서 들어간 카페에서 나던 커피향과 올드해보이는 방향제 냄새. 이윽고 정신을 차릴때면 흰 머리가 제법 잘 어울리는 점원복을 입은 노인이 건낸 커피를 받아든다.

카페의 밖에 펼처진 파라솔 의자 아래 앉아서, 가장 사소한 정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향을 마신다.

이십분 남짓한 시간이지만,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것들은 결코 짧지 않다.

사소한 새로움으로부터 발견한 그것은 나의 안식이 되어주기도 하고, 즐거움이자, 기분좋은 음악이며, 잘 그려진 그림과 같은 느낌이다.

나즈막히 울리는 핸드폰을 잠시 타인의 것처럼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부여잡는다.

미처 다 먹지 못한 얼음을 하나 입에 담고서, 가게 주인에게 컵을 건넨뒤 발걸음을 옮긴다.

탁트인 하늘을 바라볼때면 더욱 선명해진다.

나는 가을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서늘한 한기를 느끼는 동시에, 포근한 태양의 자애를 느끼는

그런 가을이 몹시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