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 베일에 자신을 숨긴다
흩어지는 잿빛 연기에 나를 희석시킨다
비로소 대도시 콘크리트 빛깔에 어울리는 내가 되었다

언젠가
나는 나를 모르게 되었다
진정 좋아하는 내가 무엇인지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는지

겁쟁이
세상 문턱에 진짜 나의 발걸음을 들이는 것을 그토록 두려워했다
망각했다고 되뇌었던
바랬다고 생각했던 내 빛깔을

색은 섞여 검정을 이룬다
그걸 긁어 색채를 이루면서도
나는 내 편린을 무시했다

그럴 순 없다
휘발된 색채의 끝자락에서
진짜 내가 손을 뻗을 때
비로소 진실된 나를 마주한다

그토록 겁냈던 나 자신을
존재하는 그대로의 나를

이제는 드리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