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정말로 쓰레기인 친구를 만났습니다.
일진 같은 건 아니였고 그냥 순수하게 악한 친구였습니다. 이기적이고 비열한데 그게 그냥 성격인 그런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가 저한테 했던 일 또는 주변 다른 사람들한테 했던 일을 다 나열하자 끝도 없습니다.
그 많은 것들 중 저를 화나게 만든 그 친구의 인성 중 하나만 예기하자면 인사로 패드립을 하는 친구였습니다.
저는 당연히 화가 많이 났었고 너도 한번 느껴보라는 마음으로 그 친구가 저한테 패드립할 때마다 저도 그 친구에게 패드립을 했습니다.
그렇게 1달 2달 지나니 저는 그 친구가 진짜로 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말로 내 말을 듣고 증오하고 힘들어 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친구에게 욕을하고 그 친구도 저에게 욕을하고. 그 친구가 저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저도 그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저는 그 때 웃고 있었지만 괜찮은척 진짜 친구인척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아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저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저는 아니었습니다. 섭섭해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그 친구는 그냥 순수하게 악한 친구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저는 제 추악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가 그 친구를 닮고 있더군요. 그 친구처럼 비열하고 열등하고 더럽고 추악하고 악마 같은 그 심성을 닮고 있더군요. 그 사실을 깨달으니 저는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미안했습니다. 저로 인해 상처 받았을 수많는 저의 친구들 또는 가족들에게. 그래서 그 친구와 멀어질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반을 배정 받자마자 바로 그 친구를 생까기 시작했습니다.
그 친구가 있을 만한 모든 동선은 피해갔습니다. 2시30분에 그 친구 반이 3층 미술실 수업이 있다면 그 미술실은 물론 3층과 그 주변 계단까지 피해다녔습니다. 급식실에서 만날까봐 밥을 지나치게 늦게 먹거나 지나치게 빨리먹으러 감으로써 피했습니다. 제 반에 가기위해서는 그 친구 반을 무조건 지나쳐야했는데 그러다가 그 친구랑 마주칠수도 있으니 저는 일부로 둘러서 갔습니다.
혹시라도 마주칠 때 그 친구가 ‘나 피하냐?’고 물으면 그 친구가 슬퍼할까봐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냥 인간 자체로 쓰레기였던거지 죄를 저지르는 그런 사람은 아니였으니까요. 혹시라도 저의 다른 친구가 그 친구랑 친하면 제가 뒷담 까는 걸 말할수도 있으니 뒷담도 까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친구에 대해 좋게 말해주었습니다. 그 친구 귀에 들어갔을 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말이죠.
아무튼 지금은 자기를 피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 같습니다. 저도 그 친구랑 같이 있을 일이 없으니 행복합니다.
하지만 요즘 너무 힘듭니다. 제가 그 친구에게 했던 패드립, 욕설, 신체적 폭행이 매일 떠오르고 저를 힘들게 합니다.
물론 그 친구가 먼저 저에게 했기에 복수한다고 했던 것이지만, 그게 저의 마음에 면죄부가 되어주지는 않나봅니다.
그렇다고 그 친구에게 절대로 사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도 그 친구에게 상처받은게 많고 무엇보다 다시 그 얼굴을 쳐다보고 싶지 않습니다. 다시 그 친구를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그 때 제 입에서 나온 말이 순간순간마다 떠올라 오래된 기억을 다시 끄집어냅니다.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는데 제가 그 친구에게 했던 몹쓸 말이 떠오릅니다. 친구에게 진실된 감정으로 칭찬을 했는데 옛 친구에게 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뱉은 칭찬이 떠오릅니다.
망각이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축복이라면서 저에게는 없는건지 무엇이 막고 있는건지. 너무 힘듭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서도 손가락이 떨립니다.
‘만약 내가 잘못한거라면. 내가 나쁜 놈이고 그 친구가 착한 놈이라면. 이 모든게 못난 나의 피해망상이라면.
내가 이렇게 괴로운 건 내가 개X끼라서 그런게 아닐까.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 친구하고 잘 어울리던데 내가 나쁜 놈이었던 것인가. 그 친구가 성격을 바꾼건가. 착해진 것인가.’
저도 모르겠네요. 제일 무서운 건 혹시라도 제가 나쁜 놈이었고 혼자 피해망상 중일까봐 무섭습니다.
제가 이렇게 힘든 건 제가 나쁜 놈이라서, 잊지 못하는 건 제 양심이 막고 있는 거라서 라고 생각하게 되니 무섭습니다.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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