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무용하지 않느냐.

선을 그으며 나뉜 경계 사이에는 뚜렷하게 타인과 나를 나눈다.

괴물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먼저 죽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슬프게도, 이 넓은 세상에 이야기 나눌 이 하나 없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 드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

오늘은 왠지 눈이 일찍 떠졌다.

불쾌한 소리로 가득찬 이 밀림에서 나는 또 괴물들 사이를 헤집는다.

짜증이 난다. 몹시 짜증이 난다.

저마다의 화면에 갇힌 괴물들 사이에서 나를 홀로 비웃는듯 하다.

아무렴, 상관조차 하지 않는다.

달이 뜬 밤이되면 더 일그러진다.

우거진 숲 뉠데 없는 잠을 청하려 한다만, 들리는 환청은 한시도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헛된 망상을 하다 잠에 빠진다. 아니, 잠에 허덕인다. 대개 꾸는 악몽이다만,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어느덧 소리를 지르고, 땀에 젖어 일어난다.

잠을 잤는데도 피로가 몰려온다. 짜증을 넘은 무언가 가슴속에서 응어리진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찡그려진다.

저 숲에서 마주치던 것들과 비슷해진다.

분간이 거의 불가능해 질때쯤, 나는 나를 비추는 모든 것을 깨부수었다.

저들에게 비치는 나 역시도 괴물인걸까.

그게 아니면, 괴물들 사이에서 나는 원래 괴물이었나.

그렇다면, 흉측하게 일그러진 나를 바라보며 기뻐해야하나.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