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도리라는것이 무엇입니까.
다 큰 성인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자식으로서 물론이거니와, 자기 자신도 무엇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인간은 사람이라고 불릴 가치가 있습니까?
열심히 살았느냐, 라고 하면 당당히 고개를 치켜들지는 못한다만, 부끄럽지는 않게도 말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남들이 하는 것 보다는 조금 나았고, 남들이 하는 것 만큼은 했으니 천재도 바보도 되지 못한 평범의 인간일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삼십 이개의 이력서에 날아드는 삼십 이개의 불합격 문자
분명 나는 부끄럽지는 않게도 살아왔거니, 하고 뛰어든 사회는 결코 내게 친절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적대적이기까지 한 세상이었습니다.
어쩌다 들어간 중소기업에서 나는 그저 독을 막아내는 돌맹이자, 언제든 갈아끼우며 빠지는 소모품임을 깨닫고서 환멸을 느끼며 나왔습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평범한 모두가 이런 삶울 살며, 이런 삶을 꿈꾸며 이리도 살아왔다는것이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입니다.

너무도 어렵습니다. 내게는 이 세상이라는 곳이 너무도 어렵습니다.
사랑하는 이는 어느덧 내게 지쳐 떠났고,
내 주변의 친구들은 어느덧 자리를 잡고 가정을 이루고
나를 바라보던 부모님은 어느덧 눈치를 주고
나는 열심히 했는데, 나는 열심히 했나. 나는 죽을만큼 했어야 하나. 나는 죽어야 하나.

...내게는 도무지 절망적이게도 어려운 난제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을 택합니다.
하나 둘 내려 놓습니다.
사랑을 포기하고, 가정을 포기하고, 효도를 포기하고, 행복을 포기하고, 집을 포기하고
최후이는 사람된 도리를 포기하렵니다.

나는 무가치한 인간, 아니 사람된 도리를 포기허였으므로 무가치한 짐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