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다린다는 뜻은 어쩌면 바라고 있는 것일까요.
당신과 말로 서로 죽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싸우다보면
“내가 뭘 그렇게 잘 못했냐?” 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그럼요. 당신은 그렇게 잘 못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당신은 나에게 있어 숟가락 살인마 같습니다.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숟가락으로 한 대 씩 때려서 사람을 죽이는 가상의 인물입니다.
물론 숟가락으로 한 대 씩 때려서 죽이지 못합니다.
죽을 만큼 아프게 때리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숟가락 살인마는 그 사람이 ‘죽을 때 까지’ 때립니다.
그 사람이 밥을 먹는 순간에도, 잠을 자는 와중에도, 일을 하거나 청소를 하는 와중에도 때립니다.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먹다남은 음식물, 종류도 모르게 윙윙대는 벌레들이 날아다니고, 온갖 포장지, 정체를 모르는 눌러 붙은 액체들까지 누가봐도 쓰레기와 같이 사는 집과 차에 있는 사람은 환기는 맨날이며, 대청소는 주에 1번은 최소 할 만큼 나름 깔끔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살게 된 걸까요.
그는 어떤 사람의 트라우마를 대신해서 감내했습니다.
그는 어떤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달라고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어떤 사람의 강요를 이겨내지 못하고 받아들였습니다.
요즘 흔히 쓰는 말이죠, 가스라이팅.
당신이 그에게 하던, 여전히 하고 있는 그것 말이죠.
그는 생각을 거부하고 싶습니다만, 집 하수구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처럼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무려 청소를 하는 와중에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오늘, 몇 달 만에 청소 중입니다.
마스크는 쓰지 않았습니다.
역한 냄새와 벌레가 코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습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더 역겨운 생각들이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지고 있기에는 감당이 안될 그의 생각을 그는 표출하기로 합니다.
결심 따위도 아닙니다.
배설 일 뿐 입니다.
아쉽게도 아직 그의 청소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입맛대로 바꿔놓은 것들로 인하여 어디간지 모르는 쓰레기 봉투 라든지, 못 보던 쓰레기 따위로 인해 그는 청소를 잠시 멈추었습니다.
올라오는 머릿속 역겨운 생각부터 비워야했습니다.

후..

완전히는 아니지만, 조금은 덜어내진 역겨움 덕분에 그는 다시 청소를 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