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이 미울때가 많아 떠나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한번 떠났다가도 미운정도 정이라고 금새 돌아오고는 했다.

그랬던 내 고향에서 사랑하는 것을
하나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돌담을 사랑한다.

벽돌로 단단하게 올려진 빈틈없는 담 보다는 어설프게 쌓아져
금새라도 손으로 건들면 쓰러질 것 같은
제주의 돌담을 사랑한다.

제주의 돌담은
그 어설픔 속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태풍처럼 강한 비바람에 무너질 것 처럼 불안하지만
결국 버티고 서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야 마는 꿋꿋함.

어설프게 쌓인 그 틈 사이로 벌레도 씨앗도 흙도 바람도 모두가 쉬어갈 수 있는 쉼터.
어릴적 나 역시도 더운 여름 그 돌담 사이 앉아 있으면 그 구멍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담이 만들어주는 그늘로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는 했다.

쉬어가다 자리잡은 씨앗과 흙과 바람과 물과 어우러져 더욱더 단단히 자연과 이루는 조화.

이러한 돌담의 삶은 더욱더 자신의 자리와 삶을 견고히 만든다.

나는 그런 어설픔 속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제주의 돌담을 사랑한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빈틈 없이 자신의 벽을 단단하게 세우는 사람보다
어설픈 틈 사이로
누군가가 때로는 쉴 수 있게
누군가와 때로는 조화롭게
때로는 인생의 비와 바람이 그 틈 사이로 무탈히 지나갈 수 있게
지내는 사람이 더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강함을 지닌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돌담을 사랑함과 동시에 존경한다.

연재처 : https://nalcee.com/book/19957

"단단하고 견고하게 자신을 꽉 채우기 보다는
때로는 많은 것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여유를 두는 것도
가끔은 나를 위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