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두꺼운 책끼리 박는 BL이 보고 싶어졌어

하드 커버가 공이고 말랑한 커버를 가진 놈이 박히는 게 보고 싶은데 찾아봐도 없길래 내가 씀ㅇㅇ

같이 보쟈

***

도서관 구석에 꽂힌 경제사는 말없이 옆옆 칸에 비치된 전략기획을 노려보았다.

도서관까지 어렵사리 입성할 때까지만 해도 경제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펼쳐줄 것을 기대했었다.

은밀한 곳에 적힌 농밀한 내용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고 싶었건만 사람들은 ‘경제의 역사’ 따위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이윽고 경제사는 밀리고 밀려 저쪽 구석탱이 한 켠에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아무도 펼치지 않는 바람에 풋풋한 동정을 유지하는 수치스러운 덤까지.

경제사는 질투심 가득 담긴 눈으로 저 멀리 잘 보이는 칸에 꽂힌 전략기획책을 노려보았다.

분명 내용은 전략기획이 훨씬 더 어려웠음에도 사람들은 실용적이란 이유만으로 경제사를 등외시하고 전략기획 책만 찾아댔다.

그의 단단한 커버가 쉴새없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사람들은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음탕하게 아무에게나 벌려주기는…’

경제사는 부러움과 질투, 열등감과 모멸감이 섞인 눈으로 펼쳐진 전략기획책을 노려보았다.

*

하아-

누군가가 경제사를 집어들었을 때, 내심 경제사는 기대에 들떴었다.

드디어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읽히고 커버의 책 대에 엄연히 벌어진 자국이 남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사 책 중간만 슥 눈으로 훑어지고 별 볼일 없다는 듯 반납대에 꽂히자, 경제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참함에 벙 찌고 말았다.

첫 동정이 이렇게 허무하게, 누군가에게 제대로 읽히지도 못한 채 날아가다니…

“그렇게나 펼쳐지고 싶나?”

치욕을 홀로 곱씹어도 거지같을 판국에 바로 옆에 꽂혀있던 전략기획이 눈치없이 경제사의 자존심을 긁어댔다.

“됐어. 어줍짢은 동정은 집어치워.”
“수많은 전략기획은 과거 경제사로부터 비롯되었지.”

전략기획의 의미심장한 성희롱（?）에 경제사 눈살을 찌푸렸다.

“미친 놈아,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난 펼쳐서 보고 싶은데.”

전략기획의 직구에 경제사의 커버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뭐…뭣?!?”
“펼쳐서 내용들을 농밀하게 핥고 싶다고”

***

너무 야해서 짤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