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장 오랜 계절은 6월이었다

가끔씩 어느 시간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때가 있다. 여름이라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밖에 나가지 않는 날이 계속될수록 지겨운 생각들이 머리에 넘친다

무언가를 고민하다 보면 어느샌가 쭉 하나의 근원으로 넘어가는 때가 있다. 그럴 땐 가끔 무의식에 살아 숨 쉬는 귀신이라도 있나 싶어 계속 무언가를 찾아보기도 했다. 네게 그런 존재가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항상 너였다

우리는 같이 책을 보러 다니는 날이 많았다. 꼭 둘이 가진 않더라도, 아니 둘이 간 날도 많았다. 그럴 때 나는 네가 이 약속을 잡은 이유를 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난 너를 그런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으니까

둘이 점심을 먹고, 보드게임을 하고, 산책을 나서고 그리고 도서관에 가는 그 모든 시간들에다가 이유가 있어서라고 생각할 사람, 모든 것에 그 이유를 묻는 사람이었으니까

나는 항상 그 이유에 숨는 걸 좋아했다. 책을 좋아하니까, 걷는 것을 좋아하니까, 보드게임을 좋아하니까, 음식을 좋아하니까, 너랑 함께 하는 걸 좋아하니까


그러면서도 내가 그 모든 귀납법을 거쳐 도달한 지점에 너를 두고 있음을 언젠가 알아챌 거라고 기대했다

그게 내가 너에게 다가가는 모든 논리적 체계의 최상의 단일 명제였으니까

네가 그 과정을 소급하여 답에 도달했는지는 증명할 수 없었지만, 아마도 아직 풀지 않았을 것이다. 너는 그래야만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내 모든 생각은 너로 귀결되었다. 모든 생각을 그 이유에 맞춰놓은 채

내 시간은 아직 6월에 머물러있다
너를 마지막으로 본 그날을 계속 소급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