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에 아파트 방화문 닫혀서 슈발 개 깜짝 놀랬다.

 장마철이다. 한 달을 널찍 해가 쟁쟁허이 30도만 기가 막히게 넘어대던 날씨가 거짓말 같다. 

좀만 덜 더웠으면 싶던 찰나였는데 비가 무슨 새벽에 아파트 세차장 맡긴 것 마냥 쏟아대고, 오도방구 배기음처럼 휘몰아치는 바람을 못 버틴 방화문 때문에 잠이 확 달아나 화가 난다. 존나 중간이 없다.

 그리하여 잠 못 드는 밤, 대자를 뒤적거리다 문학게 홍보 글에 자석처럼 이끌려 온 것이다. 저번엔 웃자까지 갔는데 이번엔 좀 아쉽게 됐다. 시인이 싸이버거 구걸 글에 묻혀 있는 현대 사회엔 어떻게든 홍보가 되어야 보석처럼 숨어있는 문학인들을 만나볼 텐데, 요즘 같은 세상, 저 사람 잠 못 재우는 ㅈ같은 비바람 마냥 빠른 템포가 휘몰아치는 세상에서 문학이란 과연 어느 위치에 서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원체 비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올해 7월은 한 구석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7월 말에 동미참이 있는데, 그때에도 비가 조금만 와주면 비교적 수월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터이다. 딱 하루 겪어본 일인데, 물론 드릅게 지루하긴 하지만 괜히 끌려가서 에어컨도 없는 그늘 아래서 헥헥대는 것보단 낫단 말이다. 다음 주 내내 비가 예정이기에, 다다음주엔 해 뜨다 20일 부근부터 다시 비가 와주면 내 사악하기 짝이 없는 계획은 완성된다. 매주 사는 연금복권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보다 짜릿한 일이다.

 새벽 4시, 야식이 고픈 시간이다. 이런 날엔 파전에 막걸리라던데, 비가 휘몰아치는 꼬라지를 보니 한 10인분은 시켜야 될 것 같다. 파전보단 김치전을 선호하긴 하지만 말이다. 전북대 앞 길손네라는 가게가 생각난다. 술집 스타일의 제육과 닭도리탕이야 말 할 것도 없이 가격 대비 깔끔허이 훌륭하지만 그 집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곁들임으로 나오는 김치전이다. 아마 돈 주고 파는 양의 맛보기 정도만 나오는가 싶은데, 적당히 짠 맛과 겉의 빠삭함, 제육과 닭도리탕을 식탁에 올렸을 때 어우러지는 세 빨강의 협주곡이란 왜 자신들이 맛의 고장 전주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왔는지, 왜 가게 벽에 90년대, 혹은 그 이전의 낙서가 적혀있는지를 입증해 준다.

 말하고 나니 더 배고프다. 단순히 배고픈 건지 추억에 배가 고픈 건지, 강의는 뒷전으로 두고 구정문 맛집을 찾아다니던 모습이 그립다.

결은 항상 어렵다. 사실 기승전결 생각하고 쓴 글도 아니니 상관이야 없지만서도, 말 맺음은 언제나 중요하기에 쓸 말이 없어질때 쯤 난 고민하게 된다.

 덕진 공원 공사는 잘 되고 있을까? 5월에 마무리한다던 공사는 당연하다는 듯이 연말까지 미뤄졌으니, 이번 학번 새내기들은 기어이 덕진의 8월, 덕진의 ‘진짜 봄’ 을 만끽할 수 없게 되었다. 선배로선 안타까운 일이다. 공원 전체를 휘감는 연꽃향, 제각각 성격처럼 만개한 자가 있는가 하면 누군간 부끄러워 덜 피어 있는 개성적인 모습. 꽃 풍경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참 예쁜 모습인데 말이다.

 전주 출신은 아니지만 나름 새내기 시절부터 올해로 8년 차 붙어 있다 보니 은근히 적을 추억거리는 있는 것 같다. 이 정도 살았으면 축구였으면 홈그로운도 붙었을 것이다. 아직 전주 내에서도 덜 가본 곳, 못 가본 곳이 많지만, 이는 또한 설렘이 된다. 개성이라야 서울만치는 못하지만서도, 어딜 가도 혀가 실패할 일 없는 맛의 고장, 난 전주가 좋다. 제발 이상한 똥고집 소리에 밀려 발전을 미루다 기어이 옆 동네 익산한테 따잇 당하는 등.신 같은 행보만 보일 일 없이, 조용히 살기 좋은 곳으로 남아있길 바랄 뿐이다.

아무 글이라 진짜 아무 글만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