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갈 수 없는 시간들이 있다

하나의 시험만을 바라보면서
다 녹슨 자전거를 타고 독서실에 다니는 날들이

나는 멈춰있는데
계속 나아간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누가 민 것도 아니고,
누군가 당긴것도 아닌데도
그렇게 굳어가버리는 게

나무들도 수액을 맞는다
이제 누구도 수액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피를 용액으로 들이 부어야
그렇게 몸에 윤활유를 발라야만 굴러가는 존재들만 있다

완전히 멈춰있는 사람들 속에서
자전거의 체인은 쉴새없이 굴러간다

윤활류를 너무 칠해 소리도 안나는 상태로
의식할 수 없이 빠르게 어딘가를 향한다

나아갈 수 없는 시간들이 있다
너무 아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도
나는 또 어느새 소리없이 구르고 있다

길 없이, 방향 없이
어느 한 나무에 박기 전까진 멈추질 못하는
그런 시간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