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은 죽은 계절

꽃 이름 모르던 한 노인네
지팡이 짚고 저 먼 언덕 위에 친구 집 찾아간다고
작은 민들레 홀씨 따라 길을 걷는다

눈 다 먼 노인네
민들레 이름조차 몰라 길잡이풀 따라 걸으면 된다며
도운다는 지 손주 놈 말도 안 듣는다

저물어가는 해를 두고
저벅저벅 발걸음을 올리다 보면
옛 서울 쪽방터 판자촌 거리
아무도 안 오는 그 길

쾌쾌한 먼지만 내려앉은 마룻바닥에
고양이 앉았다간 흔적만 남아있는 그 집에
노인은 지친 몸을 툇마루에 뉘인다

옛 친구는 발 헛디뎌 죽은 노인
향 냄새 맡기 싫다 장도 안지 내려는 인간을 어찌어찌 데려다가 산에 묻었더구먼
맨날 지 집에 돌아와 또 담배나 뻑 뻑 피워댄다

생명의 기척도 없는 이곳이 뭐가 좋다고
매번 찾아오며 불평하는 노인이지만
가짜풀만 가득한 도시에서 벗어나니
그도 옛 친구의 벗일 수밖에 없을 따름이다

사월은 죽은 계절이라
항상 꽃가루가 날린다

백골 흩날리듯 제 가루를 뿌려댄들
아직 옛 친구네 집에는
마룻바닥에만 먼지가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