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게 말 하는 것 같지만, 보통 늘 한 자리에 있는 대상들 중 그것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이리 말하는 것입니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길가에 설치되어 그 지점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것이 마일스톤의 본래 역할입니다만
그 의미가 확장되어 프로젝트에서는 일의 분기점이나 기준점 등을, 인생에서는 전환점이나 큰 사건을 마일스톤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요는 늘 한 자리에 있어서 만들어놓고 난 뒤 언제라도 돌아와서 확인할 수 있는 대상인 거죠.

세상이 발전해서 우리는 물리적인 거리를 초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닿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광속 불변의 법칙만이 장애물로 작용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저는 친구들과 웃고 울고 떠들고 싸우고 놀고 힘들어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일을 겪고도 친구라는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은 분명 멋진 일입니다.
그렇다면 그 관계를 저는 어떻게 정의해야 잘 유지할 수 있을까요?

언젠가 한 친구는 저를 '한결같이 늘 그 자리에 있는 친구' 라고 칭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제 친구들이 얼마나 오래 떨어져 있든,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그러기 위해선 언제라도, 언젠간 다시 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마일스톤은 그런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표시할 때, 있었던 일을 되돌아볼 때, 적당한 아무 이유 없이 기대 쉬러 올 때도, 그냥 '그 자리에 잘 있었던가?' 하고 불현듯 머리에 스칠 때에도 위치만 알고 있다면 언제든 와서 닿을 수 있습니다.

찾아왔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건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제가 바라는 건 다만 가기 전에 다시 돌아오리라는 메모 한 줄이면 됩니다.
거기에 언제까지 라는 말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언젠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만날 수 있으니까요.
나아간 그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그대로 닿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말없이 훌쩍 떠난대도
그들이 나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언젠간 돌아오리라 믿으며
제 자리에서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돌아왔을 때 그대로 돌아올까? 어쩌면 비보나 희보를 들고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완전히 풍화될 때까지 안 돌아오면 어떻습니까?
그 때 쯤이면 제 친구들도 모두 같이 풍화되어 우주를 떠돌고 있을테니 또 언젠간 만날 수 있겠지요.
설령 영영 만나지 못한대도 또 어떻습니까 그렇대도 그들은 제 친구일 것입니다.

혹자는 그건 너무 이상주의적인 생각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고 저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니 제가 원하는 이상을 완벽하게 구현할 순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을 늘 마음에 품고 실천하고자 노력하면 근사치는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론값과 실제값의 오차범위는 원인을 분석하고 수정하면 줄일 수 있겠죠.
그리고 정말 만약에 저의 생각을 관철할 수 없게 된다고 해서 친구였던 이들이 친구가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 때 일은 그 때 가서 해결해도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제가 이상을 실현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지 않을 이들이라는 걸 압니다. 제가 그들의 고충을 경청하는 것 처럼 그들도 그리 할 것임을 압니다.
아니라면 뭐 쓸쓸하지만 어쩔 수 없고요 :）

적어놓고 나니 나름 명백하게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은 제 친구들에 대한 믿음에 기반해서 희망적인 생각을 하고 있네요.

뭐 어떻습니까 여기서 단 하나의 명백한 사실은 제가 제 친구들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하나뿐이라 해도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요?

다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