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방

뒤돌아 선 소년은 자신에게서 불과 세 발자국 앞에 검디 검은 무언가가 자신의 어머니 위에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저건 도대체 뭐야..?'

물론 소년은 저것이 무엇인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다만 저 무언가가 지금 자신의 어머니에게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소년은 몸을 움직여 앞으로 나가려 했다. 허나  저 검은 것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짓눌린 몸은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바로 그때

눈 앞의 검은 존재가 꿈틀거리는게 느껴졌다.
요동치는 깊은 어둠은 마치 막을 수 없는 검은 해일 같았다.

그렇게 꿈틀거리던 존재는 어느 순간 아래에 있던 여성을 마치 집어삼키듯 여성을 한순간에 감싸안았다.


그 순간 시작된 여성의 발작.

여성의 온 몸을 옥죄는 검은 것은 더더욱 여성을 압박했고 그에따라 여성의 발작 또한 심해져 갔다.

'엄마!!'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소년은 알 수 있었다.
저 놈이 원인이라는 것을, 저 놈이 모든것의 시작이라는 것을..

'그만해..'


하지만 소년의 억눌린 몸은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가가고 싶었지만 다가갈 수 없었다.

'제발 .. 그만..'

소년은 있는 힘껏 저 검은 존재에게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목소리는 입 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꿈틀거리는 여성의 발작은 더욱 심해졌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에 여성의 눈가엔 붉은 눈물이 흘렀다.

'그만..'

여성의 눈가에 눈물이 흐르는걸 본 소년은 가슴 깊은 곳에서 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용솟음 치기 시작했다.

소년의 안에서 부터 생긴 뜨거운 무언가는 소년 깊숙한곳에 자리 잡고있는 벽과 만나 충돌했다.

찰나의 순간

소년 내부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그만해!!!!!"

이제껏 입으로 내지 못했던 말이 한순간 밖으로 튀어나왔다.

있는 힘껏 내뱉은 외침


검은 존재도 소년의 절규를 눈치챈 것 인지 여성을 압박하던 것을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다.

마침내 여성을 집어삼킬것만 같았던 검은 존재가 여성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이내 여성은 다행히도 발작을 멈추고 다시 약한 숨소리만을 내쉬기 시작했다.

소년이 그 모습을 보고 안심했을 때 갑자기
자신에게로의 무거운 시선이 느껴져 흠칫 놀랐다.

아마도 저 검은 존재가 자신을 이제야 눈치챈 것이겠지.

그리고 이내 눈 앞의 무언가가 소년에게 말을 걸어왔다.

"인간의 아이여, 내가 보이는가?"

머릿속 깊은 곳까지 울리는 무거운 소리에 소년은 머리가 깨질것 같이 아파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인지 전보다 더 무거운 목소리가 소년의 머릿속을 파고 들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인간의 아이여, 내 모습이 보이는가?"

깨질것 같은 두통에 소년은 머리를 손으로 감싸 앉아 주저 앉았지만 이번엔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