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색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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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갑자기 또 무슨 증상이야? 이제 환청에 이어 환각까지 생기나? 근데 왜 사람한테 만이지?' 정말 환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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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신이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산을 받았다. （아버지가 안 계심.） 그런데...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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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학교고 나발이고 친구가 우선이라 할아버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가서 3일 동안 지키다가 화장하는 것까지 보고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왔다.（천주교라 화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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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대학교 2학년 때였는데 얼마 후 순신이가 자취방으로 학기 중인데 놀러 왔다. 난 매년 자취할 때 아버지 공장 포터 끌고 친구들이랑 가서 같이 짐 나르고 하루 놀다 오기 때문에 친구들이 내 자취방 위치를 다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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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뭐야 학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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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들어가서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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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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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학교 때려 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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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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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어보니 유산을 받았다 했다. 그것도 평생 자기가 벌어도 그만큼 못 벌 정도로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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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인생에 대학교를 다니는 이유를 모르겠었는데 때마침 잘 됐다고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막상 갈 데가 없어서 왔다고 했다. （이 당시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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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때 대학 동기 2명과 방 2개 거실 주방 있는 싸지만 크기만 아주 큰 옥탑방에서 3명이 자취를 하고 있었다. 순신이까지 오니 4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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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내가 사람 복이 있는 게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착하다. 친구들 MBTI는 다 극 i 인데 다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줬다. 나는 ENTP라 매번 일을 만들고, 사고 치고, 모이자하고, 같이 놀자는 말도 내가 맨날 한다. 근데 극 i여도 자기들끼리 내버려 두면 또 다 잘 떠들고 놀았다.

맨날 내가 뭐 하자 그러면서 뚱딴지같은 소리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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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병X...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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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 욕하면서도 내가 하는 돌아이 짓을 조용히 용납해 주는 내성적이고 착한 친구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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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렇게 하루 이틀 3일 지났는데 순신이는 자는 시간 빼고 게임만 했다. 언젠가부터 학교 갔다 오면 나 빼고 셋이 같이 게임하고 있었다.

아 이건 더러운 얘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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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이 같이 새벽에 영화 쏘우 1편부터 정주행하는데 중간에 배가 고팠다.​

새벽이라 다 배가 고파서 내가 라면을 끓이기로 했다. 그리고 영화 보면서 먹다가 넷 다 화장실 가서 토했다.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데 라면을 먹으면서 볼 영화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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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렇게 2주일이 넘어도 집에 안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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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도 과제도 좀 하고 컴퓨터도 좀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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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까 알겠다면서 비켜줬다. 그런데 다음날 학교 갔다 오니 순신이가 집에 안 보였다. 바로 전화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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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수원 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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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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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냐? 내가 뭐라 해서 간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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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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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빨리 자퇴신청 원복하고 너도 학교 댕겨 임마. 뭐 하고 싶은 거 찾는다 더만 게임만 하고 정신 차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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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잔소리를 하고 끊었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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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왜 또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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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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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 컴퓨터 택배로 일루 보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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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안 찼다. 다른 두 친구가 잘 왔다고 얼른 들어오라고 '우리 뭐 시켜 먹을까?' 하면서 셋이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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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넷이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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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PC방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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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신이가 갑자기 심심하다 하면 집에만 있으면 안된다. 나와라. 억지로 끌고 나가서 자전거도 타고 운동도 하고 내 수업도 같이 들어가고 나름 재미있었다.

교수님이랑 친해진 수업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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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수업은 같은 돈 냈는데 맨 앞자리에서 들어야 한다고 전투적으로 듣는 스타일이라 교수님이랑 친해지는 경우도 간혹 생기는데 교수님이 종강전에 끝나고 밥 먹재서 순신이도 같이 밥 먹은 적도 있다. 너네들은 듣는 자세가 좋아 기분이 좋다고 순신이 칭찬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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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다고 순신이가 야식을 다 쏘는 것도 아니고 공평하게 한 번씩 돌아가면서 돈 냈다. 주말에 수원 가서 놀다 오자 하면 순신이는 귀찮다고 여기 있을테니 갔다 오라 했다. 뭔가 이상한 관계가 오고 나서 학기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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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이 정도로 친한 사이다. 집 나오고 싶다고 수원에 자취방 구한대서 원룸 구하면 가만 안 놔둔다고 그랬더니 같이 구하러 다니재서 같이 구하러 갔다. 나는 투룸이 좋겠다고 해서 결국 투룸을 구하고 이사날 난 아버지 포터 또 빌려서 내 침대를 작은방에 갖다 놓고 컴퓨터 책상이랑 컴퓨터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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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미X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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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데 못 들은 척했다. 둘이 같이 있으니 친구들이 번갈아가면서 놀러 왔다. 혼자 살고 싶다고 서울로 갈 때까지 거의 거기서 지냈다. 순신이가 뭔가 잘 몰랐나 본데 그 뒤로도 아무 이유 없이 서울 자취방도 자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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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신이는 오토바이 타는 걸 좋아해서 오토바이 타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피자집을 차렸다. 그리고 순신이는 배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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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소리가 들린 후로 6개월을 쉬고 일을 하려는데 증상이 하나도 호전되지 않아 낮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고 해를 볼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골프장 캐디로 일을 한다. 그리고 계획대로 몸을 움직이니 마음은 조금씩 밝아지는 것 같았지만 골프장은 겨울에 2개월간 일이 없었다. 그때면 순신이네 피자집 가서 같이 배달을 했다.

그런데 그 동네에 유명한 할아버지가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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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가 90은 족히 넘어 보였다.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즈음이면 꼭 주문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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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사이즈 치즈 피자, 500ml 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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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얼마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꼭 지폐 2장을 주셨다. 500원 거슬러 드리려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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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져요... 그...근데 따...따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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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셨다. 500ml 페트 콜라 뚜껑을 따달라고 하시는 집이다. 그 집을 매주 갔는데 어느 날부턴가 그 할아버지 주변으로 빛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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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햇살이 비쳐서 그런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비 오는 날도 구름이 잔뜩 낀 날도 그 할아버지 주변만 햇살이 비치는 것처럼 밝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순신이한테 그 할아버지네 집에 가면 빛이 강하지 않냐고 눈이 부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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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잘 모르겠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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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럼 다음 주 월요일 1시에 너 출근해서 한번 니가 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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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다음주에 순신이가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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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모르겠는데 니가 잘 못 본거 아니야? 그때 순간 그랬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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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랬나? 다음 주에 내가 다시 한번 가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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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또 다음 주에는 내가 갔다. 때마침 눈이 왔나 비가 왔나 날씨가 흐렸다. 그런데 햇빛이 또렷하게 보였다.

몸 주변으로 스님들 그림 보면 아우라같이 보이는 그런 그림 비슷한데 조금은 다른게 그냥 햇빛 비치면 몸이 밝아 보이는 것 같이 보였다.

순신이한테 그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분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걸 몇 년 후 다시 한번 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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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일하는데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고객 1명이 그렇게 또 빛을 달고 다니는 것이다.

그 할아버지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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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줘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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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대화를 해보지 못했다. 더 많은 말을 걸려고 시도했었는데 말씀을 하시기 힘들어하셨다. 죄송해서 말을 못했다. 여튼 그래서 그 여자분은...
[출처] 믿지는 않지만 신기한 이야기 7 순신2|작성자 사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