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내가 원하지도 않은 진로를 택해
합격이라곤 기대도 안한 대학에 붙어서 공부랍시고 펜을 잡아보지만
머릿속에 남아도는건 미래에 대한 걱정 뿐이다.
부모님이 기대하는 난 이런 좆병신이 아닌데, 어깨는 점점 무거워지기만 한다.
자살하고 싶다.
고3때도 시험을 망칠때마다 늘 했던 생각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몇월 며칠에 밧줄을 사 목을 묶는다.
언제 언제에 건물 옥상에 올라가 몸을 던진다.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사는 이곳은 그저 빌린 낙원이 아닐까.
하고 싶었던 일도 되고 싶었던 직업도 모두 바쳐서
잠시동안만 휴식을 느낄 수 있는 빌린 낙원.
떠나야할 시간이 다가온다는걸 알고 있지만
그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지는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아주 잠시동안, 만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싶다. 먹고 싶은거 먹고 놀고 싶은만큼 놀고 읽고 싶은만큼 읽고.
그런데 지금은 그러질 못한다.
싫어하는 과목에 목매달면서 하기 싫은 공부에 온 생을 바쳐야한다.
꿈이란 건 꿈이기에 아름다운 법이라는데.
잠시동안만이라도 꿈을 이룰 순 없는걸까.

밤이 깊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