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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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네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서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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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태어날 때 아버지는 9급 공무원이셨고 어머니는 주부였다. 말단 공무원이라 돈이 너무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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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부유한 집 딸로 살다 결혼했는데 남편이 너무 박봉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용한 점집을 듣게 되어 멀리 대구까지 찾아가 보게 되었다. （우린 수원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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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에 대해 물어봤더니 남편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놔두면 알아서 잘 될 거라 했고 실제로 투표로 뽑지 않는 갈 수 있는 최고 높은 자리까지 생각보다 일찍 진급해서 올라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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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중학교 1학년 때 친구를 처음 알았다. 친구 아버지는 높은 공무원에 원래부터 부잣집인 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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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그 후 매년 연례행사로 대구에 점을 보러 가신다 했다. 친구 말에 따르면 그 점집이 대구에 있는데 구정 즈음에는 추운데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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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아기 때 어느 해 어머니가 점을 보러 갔는데 뚱딴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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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 미군부대 앞에서 햄버거 장사를 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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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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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도 아니고 당장 돈도 별로 없는데 어머니도 대단하신 것 같다. 힘들게 힘들게 알아봐서 아주 조그만 가게 하나를 임대했다. 집에서 거리도 멀어 버스를 3번씩 갈아타고 몇 시간씩 왕복하시며 할 줄도 모르는 햄버거 장사를 하시게 됐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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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3년 만에 어머니가 햄버거 가게 하던 작은 상가건물을 사셨다.

대박이 터진 것이었다. 친구는 어려서 기억은 안 나지만 장사하는 동안은 집도 평택이었다 한다. 그 후에도 매년 대구를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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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햄버거집은 이제 남에게 많이 비싼 값에 팔아 넘겨. 그리고 상가건물에 돈까스집을 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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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이미 잘 되고 있는데 왜?' 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한번 말을 듣고 건물이랑 집까지 사게 되어서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햄버거 가게는 팔고 그 건물 2층에 경양식집을 몇 개월에 걸쳐 공사해서 오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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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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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80년대 후반, 90년대 초에 스프 나오고 소스 뿌려진 돈까스 나오는 경양식집이 유행이었던 것 같다. 운 좋게 시기가 참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친구가 초등학교 갈 나이가 되자 갑자기 장사를 접고 건물도 다 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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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영어를 가르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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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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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부대 앞에서 장사를 해서 아예 영어를 안 써보신 건 아니지만 또 뜬금없기는 마찬가지인데 어머니는 가게와 집을 싹 팔고 수원으로 돌아와 아이들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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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때 돈 걱정은 크게 없어져서 그냥 새로 지은 아파트 사서 그 아파트 내에서 동네 어린 아이들 영어 가르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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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친구 동생이 명문 대학을 들어간 이유가 이것 같다. 친구는 수업 시간에 잠만 자는데도 영어는 듣고 말하는데 지장이 없다. 어머니가 아이들 가르치는 걸 집에서 같이 계속 봐서 익숙해져 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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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친구가 유학을 다녀오거나 해외에서 살다 온 게 아닌데 외국 영화 보면 자막 없이 소리로만 들어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말이 어린 나이에 난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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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친구는 '책만 펼치면 잠이 온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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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른 공부는 다 못하는데 영어만 잘한다. 나중에 대학도 점수 맞춰서 중국어과를 갔는데 대학 내내 공부를 안 해서 중국어를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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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가 중국어에 대학 졸업 후 중국으로 파견 가게 되어서 중국어를 하루 2시간씩 공부하며 1년 6개월 동안 중국에서 살았는데 그 시기 친구는 계속 휴학하며 대학을 엄청 오래 다녔다.（이것도 신기한 사연이 있다.） 그러다 마지막 한 학기 남겨두고 갑자기 6개월간 놀러 온다 했는데 6개월 만에 나보다 중국어를 더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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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조기교육은 중요한 것 같다. 나는 보고 듣고 쓰면서 한국말로 이해하고 기억했다가 까먹고를 반복하는 '공부'하는 느낌이었는데 친구 소리를 외우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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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말을 듣고 무슨 뜻인지 알면 잘 안 잊고 그대로 성대모사하듯 말을 했다. 오기 전에 말 한마디도 못했던 애가 금방 나보다 말을 더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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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친구랑 중고등학교 같이 다니고 동반입대 한게 아닌데 군대서도 우연히 1주일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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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가 대학 생활을 엄청 오래 한 이유가 있는데 제대하고 여자친구가 생겼다. 그 여자친구 때문에 대학 생활이 길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그 집 가서 이것도 점을 보고 난 후 반대하게 되어 도피처럼 내가 있던 중국으로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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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