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조릿대에 빛이 들었구나
왼손에 잡힌 휴대폰엔 11시
오늘도 영원히 감지 못한 눈이 아쉬울
너는 어떻게 하루를 보내느냐.

어느새 1월은 눈보다 비가 많단다
새벽께 내린 비는 다 마르지도 않았지
퉁퉁 부은 눈을 세면대로 이끌면
머릿가락이 밤새 떡장사라도 한 것 같구나

힘든 세상이란다
찬 겨울이 두려운 사람은 안으로 숨고
숨은 사람은 집 안서 비를 맞고 말더라.
네가 도망간 곳은 마음이라도 편하더냐
다 젖은 채로 도망가봤자 어디로 가겠더냐

잘 지내길 바란다
아직 세상 볕을 볼 자신이 없다면
해 있을때 집이라도 빗자루로 쓸고 닦고
옷이라도 세탁기에 넣고 돌리려므나.
정리된 집안을 거닐고 있다보면
뭐라도 할 마음이 들지는 않겠느냐

아직은 비가 와도 된단다
실컷 숨고 나서 코풀일 하려므나
세상은 두렵고 흉진 데가 곪아터져
겨울비가 오고 와서 홍수라도 날지라도
그 끝 볕 당차게 핀 새싹이란 마침내
입춘이라도 다가옴을 알리는게 아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