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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놓아주는 사내

작성자

가짜문학

쪽지 | 작성자 글보기

번호 35587 추천 2 반대 0 답글 0 조회 665 작성시간 2024-02-02 01: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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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에는 낚싯대 띄운 사내가 있었다

양동이에는 토룡만 가득했고 물고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고기를 못 잡은 것이냐 묻자 사내는 비늘이 있어 도로 놓아줬다고 한다

비늘 벗기는게 너무나도 어렵다고 손이 덜덜 떨려 벗기지를 못하겠다고

그에게 시집 온 땅딸막한 소녀가 있었다

애는 석 해가 지나도록 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용모는 박색이라

이립에 떠밀리듯 상투를 올린 그에게 이제 갓 묘령을 넘긴 처는 밉상이었다

그러는 어느날에는 술에 거나하게 취해 집으로 돌아온 일이 있었다

해장으로 어죽이나 끓여오라고 시켰더니 한 술 크게 뜬 죽에서 비늘이 나왔다

아녀자가 죽도 제대로 못 쑤어 무엇 하냐며 홧김에 손찌검을 날리고 돌아누웠다

그런데 훌쩍훌쩍 우는 기척도 없길래 돌아봤더니 처는 온데간데 없이하여

이년이 드디어 집을 나섰구나 분통을 터뜨리고는 온 동네방네를 돌아다니는데

개울가에는 시커먼 뒤통수가 잡어 담긴 대야를 옆에 두고

볼기는 시뻘겋게 부어 말없이 비늘을 비늘을

사내는 더이상 비늘 벗겨줄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유는 물어보지 않았다

사내는 비늘을 긁어내지 못하고 매번 쥔 칼을 놓친다

비늘이, 이 비늘이, 벗기기가 이리도 어려웠구나

* 컨텐츠 출처 : 작성자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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