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나에게 침묵을 물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왜,
눈을 질끈 감아도 온갖 핑계거리만이 나를 집어 삼킨다.
이따금 눈을 떠보니 파도의 끝은 내 발목만을 찰랑이고 있다.
결국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수영을 못하는 탓일까. 지레 겁먹은 탓일까.
결국 두 가지 모두 핑계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한 걸음 내딛으며 잠겨 들어갈 수는 없다.
그저 본능.
살기위하여 혹은 죽지 않기 위하여.
하지만 침묵을 물었던 바다에 대한 나의 입술은 쉴새없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조차 내 입술은 다물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저 귓속에 흐르고 있는 파도소리만 바라 보고 있을 뿐이다.
발목에서 찰랑이던 파도의 끝은 어느새 허리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어이가 없다.
나아가지도 않았는데 잠기고 있었으니.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입술은 미소를 띄우며 소리를 이어나간다.
더 얕고. 더 가볍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입술은 색이 변하고 아무소리도 내지 않게 되었다.
마침내 입술은 다물어졌다.
코 밑까지 물이 차올랐다.
다물었던 입술은 소리를 내려고 뻐금거리며 발버둥치지만,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그제서야 나는 발을 옮기며 나아갔다.
숨이 쉬어지며, 삼켜졌던 파도를 뱉어낸다.
무릎이 땅에 닿았고 얼마 안되는 것들을 걸러내기 위해 기침했다.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을 때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보았다.

나는 바다에게 침묵을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