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마을 광장에서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었다.

광장의 중심에서는 한 남자가 사람들에게 횡설수설 그가 본 것을 떠들어대었다.

"정말입니다, 어제 분명, 태양이 떠있던 곳 반대니까, 그래, 북쪽 하늘에서 기이한 구체가 떠다녔다니까요"

남자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늘어놓았다.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반절은 시간 낭비를 했다며 집으로 돌아갔고 반절은 자리에 남아 이야기를 이었다.

"그렇다면 그 구체는 신의 계시인가?"

"마녀의 주술일 수도 있어요!"

그러던 중 군중들 틈에서 한 노부가 나와 의견을 표명하였다.

"북쪽은 음의 기운이 강한 곳으로 그런 하늘에서 이변이 발생한 것은 필히 천재지변이 일어날 징조이외다"

노부의 말에 군중들이 고개를 끄덕이던 중 한 대학생 청년이 나섰다.

"그런 근거없는 전근대적인 미신에 사로잡혀서는 안 됩니다. 오늘은 안개가 짙은 날이니 반사된 태양빛이나 그림자를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어요.
마침 북쪽 하늘에서 목격했다고 하니 태양빛이 반사되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입니다"

청년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식적으로 반사된 태양빛을 구체로 본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예상밖의 반응에 청년은 크게 화를 내며 자리를 뛰쳐나갔다.

"믿을 수 없군! 아직도 저런 미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니!"

청년은 집으로 돌아가는 와중에도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청년은 가족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였다.

"그렇다면 그 구체는 분명 붉은색이었을거야. 물체를 허공에 뜨게 하는 주술에는 닭의 피를 쓰거든"

"그게 무슨 소립니까, 주술같은 게 어딨어요! 흰색이나 검은색일 겁니다!"

청년은 가족과도 대판 논쟁을 벌이다 집밖으로 나왔다.

어느덧 밤이 깊었을 무렵, 저 먼발치에서 취객이 보였다.

오늘 광장에서 구체를 보았다고 떠들어댄 그 남자였다.

"이보시오! 오늘 하늘에서 보았다던 그 구체의 색깔이 무엇이었습니까? 분명 무채색 계열이었겠지요? 붉은색이 아니라?"

청년은 남자를 부여잡고 캐물었다.

"그거 내가 병신들 낚으려고 지어낸 건데 아직도 신경 쓰고 있었나?"

남자는 술병을 한 번 빨며 오솔길을 내려갔다.

달빛은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