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작고 구불구불했습니다.

대부분의 집들이 하나의 화장실을 두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였어요

하나 이상한 게 있다면, 이 좁디좁은 동네에

이상하게도 선교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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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저 같은 초등학생들에겐 아이스크림이나 사탕 같은 것을 줬는데,

예나 지금이나 단 맛의 노예답게 아무 망설임 없이 집 전화번호를 넘겨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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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싸이비는 아니었지만 교회를 나오라는 홍보전화가 주기적으로 왔고,

범인이었던 나는 집안의 역적으로 몰려 혼자 교회에 갈 수밖에 없었어요.

물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던 철부지 8살 저는

한 일주일 나가다가 더이상 나가지 않았습니다. （엄마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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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었을 때, 휴가차 본가에 방문했습니다.

어릴 적 살던 동네를 둘러보다가 문득, 구불구불한 동네 사이로 작은 교회들이 보였어요.

듬성듬성 불빛을 내고 있는 빨간색 십자가들 사이를 걷다가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왜 이 좁은 동네에 교회가 이렇게 많은 것인지 문득 궁금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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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멈춰 서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어릴 적, 동네에 살았던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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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살 돈이 없어, 머리 긁적이며 몇 천 원씩 우리 집에 돈을 꾸러 오던 맞은편 집 중학생 형이 떠올랐구요.

아들을 잃은 이후로 항상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다녔던 동네 주정뱅이 할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친구들과 놀고 있는 나를 보며, 뭔가 말을 걸고 싶어 보였던 이웃집 동남아 형도 생각났구요.

주말이 되면 아무 맛이 안 나던 밀가루 빵을 구워 주던 중국인 아저씨들이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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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작은 동네에 교회가 많은 이유는

작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신에게 기댈 일이 더 많아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