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뒤돌아서서 어깨 들썩이며 참는 이유는
툭하고 말하지 못해서다
눈을 처음 마주치며 들어온 너의 세계
나는 여유롭게 길을 거닐며 산들바람을 맞이했고
꽃 한 송이 손으로 포개며
있는 그대로 너를 받아들였다
별 꼬리를 눈으로 따라가며
하고 싶은 말은 어딘가에 써놓지도 않았다

내가 너와 마지막으로 다시 눈을 마주치는 이유는
너의 제일 큰 나무에 내 이름을 새기기 위해서다
늘 산책하던 길의 끝에는 네가 있고
마지막으로 갈 땐 너는 쭈그려 울고 있었다

내가 안녕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손 흔들어야 하는 이유는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단지 너를 이 새벽에도
사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