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을 돌아보며...

나의 최근 한 달을 참 다사다난했다. 나의 어릴 적 한 추억을 담당했던 존재의 상실과 새로운 탄생의 순간을 모두 겪었다. 상실이 주는 깊은 슬픔과 탄생이 주는 말도 안 되는 기쁨을 모두 겪은 나는 여전히 무던하게 하루를 보낸다. 출근하고, 일하고, 하루가 힘들다고 투정 부리듯 동료에게 말하고, 운동을 가고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바뀐 점은 있다. 조금은 나에 대한 관대함이 생겼다. 처음 하는 일에 당황해 일을 망쳐도, 아직은 손에 익지 않아 어색해 뭘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도, 처음 하는 일이니,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일이니 하면서 나를 위로한다. 나도 내 주변 사람 모두 처음 겪는 삶이다. 그래서 그렇다. 잘못하는 일도 익숙하지 않은 일도 내가 원망하는 일도 후회하던 일도 모두 처음 겪는 일이고 처음 겪는 삶이다. 질풍노도의 15, 16살도 지금의 30살도 모두 처음 살아보는 삶이다. 드라마처럼 회귀나 환생이 아니고서야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가족에게만큼은 어쩌면 가족도 이번 삶이 처음이란 것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 밥이 맛없다고, 용돈이 풍요롭지 못하다고, 나를 조금 더 지원해 주지 못한다고, 독립해서도 나를 왜 조금 더 이해해 주지 못하냐고 화가 자주 났다. 엄마도 누나도 이번에 태어난 조카도 모두 처음 겪는 인생이라 낯설고 적응하기 바빳을텐대…. 항상 마음과 표현은 다르게 나온다. 진심은 항상 겁이 많고, 부끄럼이 많아 관성적인 행동 뒤에 숨어버린다. 마음이 달라도 커진 관성을 벗어날 수 없는 표현은 길게 잡아당긴 고무줄을 놓아버린 것처럼 진심이 나오기 전에 출발해 버린다. 나는 내 주변 사람과 가족에게 조금은 더 정중하부탁해야 했던 거 같다. " 저도 이번 생이, 지금 하는 일이, 제가 하는 이 역활이 처음이라 그래요. 어설프고, 당황스러운, 어찌할 줄 모르는 제 모습이 너무 쪽팔려서 그래요. 이해 부탁드려요"하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아니다. 오늘 점심 엄마는 타지역에서 밥을 핑계 삼아 나를 보러왔다. 내 진심은 겁이 많아 평소처럼 툴툴댔고 엄마는 나를 반가워했다. 나는 진심 된 말을 꺼내지 못했고 밥을 먹고 백화점에 들러 생일 선물을 사주겠다는 엄마의 진심 어린 말에도 숨어있는 내 마음에 화가나 더 툴툴 돼버린 거 같다. 실은 엄마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다. 저도 엄마 아들이 처음이어서 그래요. 한 번만 더 해보면 정말 좋은 아들이 될 수 있을 텐데. 그때는 진짜 엄마에게 잘하고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수 있을 텐데 라고 말하고 싶었다.
망각은 인간의 가장 큰 축복이라는 말이 어떨 때는 참 좋았다. 하지만 어떤 큰 후회나 미련들은 망각을 이기고 평생 기억에 남는다. 그런 후회들이 많아서 자기보다 더 커지면 걸리는 게 치매가 아닐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며 후회하던 그 시점에서 숨기지 말고 진심을 말하라고…. 그러면서 지금 삶을 늙은 내가 후회가 너무 많아 내가 부서져 과거로 돌아가고 있으면서 한 번씩 기회를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잡생각이 나를 스칠 때면 내일은 조금 더 진실한 사람이, 조금은 친절한 사람이 돼야지 생각하게 된다. 내일이면 또 무던한 삶을 살게 되겠지만, 그러면서도 이런 후회들이 쌓이면 다시 글을 쓰게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