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지는 너에게 보이지도, 들리지도, 닿지도 않을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이 편지를 이유는 이게 네게 닿을 유일한 가위질이기 때문일 것이다

너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입 안에에 피가 머금어지는 것과 같았다, 침을 내려 혀를 아무리 씹어도 나오지 않듯이 네게 전하고 싶은 말을 아무리 써도 그어버리고는 말았던 것처럼 말이다

너는 내게 어떠한 세계의 굴레를 계산해주지도, 그 속에 있는 이론을 들먹이지도 않았다,
그저 자로 죽 선을 그어버리고는, 잘 오려내고 이어 붙혀서 많은 단어 없이 내게 옅은 미소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나 스스로에 대해 의심을 되뇌이던 나에게 니가 해줬던 말을 기억한다,
네 삶이 시궁창이라면 나는 시궁쥐가 될거라고,
항상 선이 약한 얼굴이었던 너는 그 말을 할 때 조차
내게 환하게 웃어주질 않았다, 그럼에도 너의 그 옅은 웃음들 조차 나에게 그 어떤 표정보다도 더 환하고 밝았으며 찢어질 거 같았음을 너는 몰랐을 것이다

너에게서 멀어지려고, 도망치려고 노력했었다,
매일 새벽 5시마다 침대에서 네 곁을 떠나 회색 코트에 줄 담배를 들고 빛 없는 거리를 아무리 걸어도
모든 길들이 다 너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내게 지름길따윈 없었다는 걸, 모든 길은 너에게로 향한 에움길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나의 이브, 너는 우리가 서로를 처음 인식한 순간에 대하여 어떤 형태로 기억하고 있을까

같은 자리에 앉지는 않았지만
서로 말을 한 번 섞지도 않았음에도
함께 있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가 공기를 매개로 처음 입을 맞췄다는 것을,

그 이후로도 네게, 너에게, 나의 이브에게, 그리고 나의 연인에게
작별인사를 해야 할 순간이 올 거라는 것을 알수나 있었을까

매 순간이 내게 고마움을 이야기 할 마지막 순간이었나는 것을
네 얼굴을 보는 시간들에 물이 빠져버렸다는 것을

이 편지는, 오롯이 너만을 위한 글이자
너와 끝내지 못한 대화를 하는 마지막 방법
점 하나만 찍으면 끝나버릴지 모를 순간이자

그리고 그 모든 영겹을 지나

보지도, 듣지도, 닿지도 않을 네게 보내는
마지막 표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