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회사에 돈이 없어서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비슷한 맥락으로 나는 돈이 없어서 결혼에 실패했다. 대표 월급은 커녕 내 개인차량 한대를 매각하고 회사근처 오피스텔 전세보증금을 꺼내고 세를 주기위해 리모델링 대기중이던 출근시간 기준 1시간 거리의 구축 아파트로 돌아가고 개인 대출까지 받아가며 급한 불을 끄고나니 내 인생에선 결혼을 준비하던 사람이 떠나가고 나는 전 대표의 수행비서직 자리에 서있었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회사 대표였고 최악의 경우엔 혼인빙자사기범이 될 뻔 했다. 모든 개인 담보를 다 털어 금리 *.*%짜리 일반신용대출 서류에 도장을 찍고 돌아오는 날 자기 생일인걸 언제부터 이야기 했는데 왜 연락이 없냐느니 주택담보대출 잔금 치르는게 *주남았다면서 자꾸 추가서류 제출하라는데 어떻게 해야되냐느니 리모델링비는 어쩔거고 그래서 오늘 언제퇴근하는데 어디가는데 한참을 물어뜯기고 나니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었다. 급하게 차를 몰아 퇴근을 하고 짐들 사이에 푹 파묻혀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만 *천원. 집에 식재료는 넉넉하게 있으니 다음달 소량의 급여가 지급 될 때까지 기름값은 쓸 수 있겠다. 오늘 데이트는? 아니 그전에 잔금일에 들어갈 *천만원은? 머리가 아파왔다. 전화가 다시 울린다. 평소 관계가 좋던 거래처 사장님이다. 거래대금 이체 여유를 좀 주셨다. 전화 받는중에 문자가 윙윙 수차례 울린다. 개인대출 납입도래일 안내문자다. 전화를 끊고 내용을 확인한다. 다행히 급여일 이후네, 카톡이 울린다. 웨딩홀에서 혼주 화장은 몇분 하실거냐고 묻는다. 메일함에는 오늘 내가 은행업무를 보고있던 시간에 잔뜩 몰려온 웨딩 스튜디오 샘플 스냅컷이 잔뜩 와있다. 업무단톡방의 보고 문자와 전산결제 알림을 뒤로하고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때 까지 머리속이 복잡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늘어져 있다가 불현듯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전화기를 가지고 올라올 힘도 없어 간신히 스피커폰으로 받아보니 들려오는 전여자친구의 날카로운 목소리
"정신이 있어 없어? 결혼을 하자는거야 말자는거야 지금 헤어지고 싶어서 이래?"
동시에 도착한 전대표님의 문자
「내일 아침일찍 좀 보자구」
두번째 규칙, '날마다 마지막 음주는 20시 이내로 끝낼 것'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