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정적인 추임새가 그저 혼자만의 습관이라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시절 밤늦게까지 지속된 부모님의 부부싸움을 동생과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나보내고 나면 나의 아버지께서는 다음날 잔뜩 밀려있던 설거지를 하곤 하셨는데 그와중에 무언가 깨지는 소란이 있거나 큰 언성이 난무하지는 않았으나 뒷모습에서 보여지는 아우라와 함께 입에서 볼륨은 작아 조용하지만 아주아주 농도가 짙은 울분과 욕설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있노라면 어제 싸움의 당사자인 어머니는 생계를 이유로 이 공간에 함께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버지는 싱크대에 우두커니 서서 나와 동생에게 등을 돌리고 계시지만, 지금 아버지께서 행하고 계신 것은 절대로 혼잣말이나 추임새가 아닌 누군가가 들어줬으면 하는 외침임을 모를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복귀한 전 대표가 나와의 회의중 예하 직원들과 거래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중얼거리는 욕설들을 함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나에게 이야기 한다고 밖에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다만 용기를 내어 안좋은 상황에 대한 보고 받으실 때 욕설은 좀 삼가달라고 이야기 했을 때 그 특유의 호방한 미소를 지으며 너무 순수한 표정과 태도로 "오랜 습관이니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 혼자 술을 마시며 곱씹기를 며칠 하고나자 그래 그럼 아닌거지 뭐 하고 넘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고막에 따박따박 꽂히는 단순한 욕설이 아닌 풍부한 어휘력과 특유의 몰입력있는 연기력과 연설능력을 기반으로 한 고품격 비아냥들과 그 이후에 몰아치는 욕설들은 지나가듯 가볍게 들어도 여전히 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연말을 맞아 이제는 줄이고자 마음먹었던 술 한잔을 퇴근하고서 찾게끔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