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촐한 삶을 이어나가다 보면 조각이 흐른다.

하나 둘 떨어지는 조각을 처음에는 잡아본다만, 흐르는 냇물을 막아서는 것과 같음을 깨닫고 이내 내버려 둔다.

하나둘 깎여나가는 나의 조각 중에는,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도 섞여있는데.

나는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는것이 한스럽다.

문득 슬퍼질때면 그제서야 온 길을 되돌아보며 깔린 조각들을 바라본다.

떨어진 조각을 주워본다.

내가 사랑하던 것들, 내가 즐겁던 것들, 내가 슬프던 것들, 내가 부끄러운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혐오하는 것들, 내가 함께하던 것들...

녹슬어 형태조차 간신히 남아 있던 것들을 찬찬히 주워 손에 쥔다.

다시 나로 돌아올 수 없는 조각들을 손으로 바스라뜨린다.


설레는 것들이 무미한 것이 되어버린 지금에서야

나는 흐르는 조각들을 되돌아 올 수 없는것을 알면서도 그리워한다.

저 수많은 조각을 모은다면 다시 내가 될 수 있을까

서있는 모든 나날들이 고통인 괴로워하는 나무들은 말라 비틀어져야 안식을 얻는가

외치는 하늘은 공허다.

메아리 없는 외로운 광야에

기댈데 없는 고독한 나그네로 살아가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