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다면 도서관에서 죽고 싶다

월요일 어느 오후 갑작스레 든 생각이다

도서관을 거닐던 도중 문득 죽는다면 여기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도서관에 몇 명의 사람이 오든 그렇게 큰 상관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사람이 많은 것보다는 적은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이 적어야 평화로운 도서관이 시끄러워지지 않을 테니까

죽는다면 대부분 자살을 생각할 테지만 타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만약 도서관에서 칼에 찔린다면 가장 먼저 나는 내 입을 막을 것이다. 아픈 소리가 새 가지고 도서관을 시끄럽게 만들면 죽을 때 기분이 안 좋을 것 같다.

만약 칼에 찔려 죽으면 내 몸에서 나온 피 때문에 책들이 젖어버리면 어떻게 하지란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책에 피가 묻으면 아까우니깐 칼보다는 약물에 의해 죽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살을 한다면 새 도서관보다 낡은 도서관에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새 도서관도 아기자기하고 이쁘지만 낡은 도서관에 가서야 그 오래된 책들 사이에서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요즘 나오는 새 책들은 말이 잘 안 통해서 죽어도 답답할 것 같은 기분이다.

내가 죽어 그 시체가 굳어버리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책장에 기대어 죽기보단 가장자리나 벽에서 죽는 게 나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피라도 토하면 책이 더러워질 거고 내 등 뒤에 책을 꺼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불편할 테니까

사람 한 점 없는 새벽에 도서관에서 홀로 몸을 뉘이고 있다면 아마 나는 다 누레진 벽지를 바라보고는 그 세월을 세 볼 것이다. 벽지의 나이테가 하나씩 늘어갈수록 버려지는 책들도 늘어난다. 그 책들이 한 갑자를 세워갈수록 아마 시대를 향유한 생각들이 죽어갈 것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죽을 것 같다. 죽으면서도 묫자리가 안정적이라며 미소 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