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죽고 싶어서 1시간 동안 흰 벽에 머리를 대고 고민한 결과이다

3년의 대학생활이었다
그중 첫 1년은 코로나의 혼란 속에서 무엇이든 동기들을 위해 해보자는 생각으로 모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순조로운 듯했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그럴 줄 알았다고 사실 그랬던 거겠지

그 속에서 어떻게든 인간관계든지 싸움이든지 중재해서 막아서라도 화목을 깨기 싫었다

존재하지 않는 화목이었는데 사실 그랬던 거겠지
아직도 돈이 없는 집안 새끼라 버릇이 없다고 했다는 말을 내가 들었다는 건 그 사람은 모를 일이다

나머지 1년은 의지할 곳을 찾아 방황을 했다
같은 학번 동기에게 의지하고, 곧 군대로 떠나고 선배에게 의지하고, 곧 졸업으로 떠나고, 군 복학한 선배에게 의지하고 그런 삶이었다

남에게 기대어만 살아서 그런지 등이 사라진 순간마다 나는 툭 툭 머리를 박았다

처음엔 너무 딱딱해서 아팠는데 가면 갈수록 무뎌뎌졌다. 사실 더 아픈 건 고통보단 없어져간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랬던 거겠지

계속 의지하고 살다 보니 또 나도 모르게 찾아다녔다
그 와중에 누구든 떠나고 누구든 남았다
남은 것들 중 무엇에 의지할 수 있을까만 고민한 채로

누구를 좋아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행복하고 싶다는 건지 아니면 기대고 싶다는 건지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해 주변에서는 답답하다고 호소하는데 멋쩍게 웃어만 보였다

기회가 올 때마다 실수하고, 감정적으로 대하다가 데고, 혼자 돌아보다가 머리를 또 박아대고

나는 모호한 사람이란 걸 알았다. 확실한 마음도 없고 확실한 말도 없고 나도 없고

나를 적용시켜 주는 존재의 확실함이라는 게 로드되지 않은 것처럼 기억의 쪼가리로 남아있다

불확실한 나를 그동안 확실하다 믿고 살아서 그런지
나는 나 자신을 직면할수록 더 고통스러워지곤 했다
사실은 그랬던 거겠지

분명히 되돌릴 수 있는 순간들은 있다
죽어야겠다고 땅에 머리를 몇 번을 박았는데
그 순간마다 등 뒤에 나도 모를 벽이 세워져 있는 건 아마 그것 때문일 것이다.

매번 실수하고 직면할 때마다 동면에 든다

기나긴 생각을 되짚어가다가 다 버리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버린다

근데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남아있겠지

내가 나로 남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게 남아있겠지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 때가 있다

분명히 괜찮을 것이다. 무너져버릴 거 같은 순간은 앞으로도 여러 번 겪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주변 사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용기를 얻으면 된다

공중그네 타듯 오르내리락 하는 인생에도 사실은 그랬던 거가 있었겠지 싶은 생각이다

내일은 어제 계획했던 kfc를 먹어볼까 한다. 그런 작은 목표들이 나에게 남아있다.

지키고 싶고 해내고 싶은 소목표들이 어느새 내 손에서 머리를 넘어 내 몸을 휘어잡고 있었다. 하나씩 이뤄갈 때마다 살아가는 이유를 알게 되어간다고 느낀다. 내일은 무엇을 해야 할까, 아마 그건 이미 그저께의 내가 생각해 놨겠지?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만들면 된다. 만들어지지 않는 순간에는 그저 잠시 밖으로 나와 이름 모를 인간들을 지나쳐 내가 가장 좋아하던 사람들과 존재들을 바라본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찾는 여정은 죽고 싶었던 감정만큼 가득 쌓여있다. 사실은 그랬던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