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 오를듯이 슬픈 날이자
끔찍하게도 기쁜 날이다

내리쬐는 햇살은 한기를 녹이고
살에는 바람은 옷으로 나를 옥죈다

하늘은 어느새 여명이 지고
이윽고 어둑한 땅거미가 나린다

이 비명은 귀를 때리며
싱그러운 노래소리다

하늘이 또 깨지기 시작하면
나는 무너지는 하늘에 서있다

죽은 고양이가 뛰논다
잔인한 양자역학의 확률 속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캄캄한 상자에서 갇혀 뛰논다

나의 의지로 표상되지 못한 나는
철저히 타인으로부터 정의된다

나를 보는 당신들에게
나는 죽은 고양이인가 산 고양이인가

나를 동정하지 마시오
우리는 어차피
서로를 관측하기 전까지
영원히 서로를 모르지 않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