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팔 존나 춥다.
난방비는 오지게 비싼 것이, 작년 이맘때 쯤 ‘따순게 최고다’ 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던 내 뺨을 통장으로 씨게 후려치고 말았다.
아직도 왼쪽 뺨에서 돈 냄새가 나는 듯 하다.
근 2주 만에 기온이 에버랜드의 티익스프레스도 비비지 못할 정도로 변칙적이었다. 흡사 비트코인이다. 기온은 내게 돈이 되는 것도 아니니 이는 비트코인만도 못한 것이다.
발이 시렵다. 수족냉증을 달고 사는 내게 겨울은 언제나 벅차다.

여름을 좋아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여름은 벌레의 계절이고 난 벌레가 세상에서 가장, 아니 술 다음으로 싫다.
그래도 모선생은 집 벽지가 하얀 색이라 불을 켜놓고 기다리고 있으면 어찌어찌 퇴치가 되는데,
어쩌다 ‘그 선생’을 마주치는 날이면 난 집을 버리고 도망을 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길게 써봤자 의미없을 글을 뭐하러 적나 하는 생각이 슬슬 든다. 잡소리를 늘어놓는 것을 수필이라 적을 수 있을까.

적어도 내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 풀면 수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집에만 쳐박혀 있느라 텅 빈 내 보따리가 애처롭다.
이대로는 인생한탄글만 주르륵 적어낼테고, 글의 분위기는 땅으로 쳐박고, 당신은 ’이 찐따는 뭐지’ 하고 뒤로가기를 눌러버릴 것이다. 아니 이미 눌렀나?

대충 아무 이야기나 적어내자면, 최근은 일경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서관에서 파트타임을 하고 있다. 말이 일경험이지 가서 하는 것도 딱히 없고, 빈둥거리다 온다.
특성화 도서관이라 풍경이 꽤 봐줄만 하다. 도서관보다는 자연 컨셉의 카페의 분위기에 가깝고, 책도 예술 관련 책들이 태반이다.
대신 도서관치고는 디자인이 실용적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 앉을 곳이 참 애매하다. 괜히 방문객님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듯한 가시방석 느낌이다.
생각 외로 급식친구들, 그것도 초등학생 친구들이 제법 온다. 진작부터 초등학생 무리를 볼 일이 없다보니 다시금 새로운 풍경이고, 보다보면 무언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단 착각까지 든다.

결국 한 달짜리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졸업을 마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은 일자리에 대한 막막함으로 돌아온다. 들어가기도 내 수준에 빡셌던 학교가 내보내주지도 않는다. 여친이 이렇게 집착했으면 진작 헤어지고 차단박고 이름 바꾸고 도망갔을 것이다. 물론 여친이 있던 적도 없지만..

불안의 연속의 외길 위에서 또 하루가 지난다. 앞이 보일리는 없고 지금 딛고 있는 길에서 미끄러지지나 않으면 다행이니 땅만 보고 걷는 지금이다.
여기까지 오고나면 차라리 이 길에서 미끄러지고 나면 어떤 풍경이 보일지에 대한 호기심까지 들고 만다.
어차피 앞도 못보는 길을 걷는 장님신세라면 도박이라도 걸어보는게 낫지 않은가?

매몰비용이 아주 뭉탱이로 남아있는지라 결국 뛰어내리진 못할 일이다. 매몰비용은 아주 미련한 단어다. 과거에 얽매였다는 증거이자, 아직도 길을 정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길만 정했으면 이 정도까지 오지는 않았을텐데,

분위기가 결국 땅으로 꼴아박은 듯 하다. 글은 그 사람의 성격과 습성을 닮으니 글을 적다보면 음습함이 땟국물처럼 묻어나온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부터 글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쓰던 버릇이 남았을 테이다.
그럴싸한 글도 써보고 싶고, 인정받을 만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그런 글들에 비해 내 글은 내가 봐도 통 재미가 없기는 하다.

슬슬 글을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되나 싶은 참이다. 스스로는 내 글은 정제되지 않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글을 싼다’ 라는 표현이 어울릴테다. 원체 고심하면서 조심조심하고 있을 바엔 실전 상황에 대가리부터 들이밀어보는 성격이다.
글도 그냥 자판을 바라보고 지금 딱 드는 생각이 뭐냐, 하고 적기 시작하다보면 대충 요만큼의 글은 나온다. 영양가도 재미도 없지만 뭐, 마음을 투영하는 의미로서의 글이라면 내 글은 자아에 대한 고찰을 위한 수단이기도 할 것이다.

글을 적는 일은 언제 해도 싫지는 않은 일이고, 글쟁이가 참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지만 이런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올해 24376회 망상에 빠져보는 하루다. 그런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