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올해 여름의 더위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느리지만 가파르게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이는 저의 이십대가 저물어간다는 뜻 이기도 하지요

누군가는 일찍이 자리를 잡아 가정을 이루기도 , 회사의 요직은 아니지만 어엿한 톱니바퀴가 되기도, 새로운 꿈을 찾아 과감한 도전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미 20대의 절반가량을 두평 남짓한 왕국의 왕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같은 행동의 반복 때문일까, 잃어버린 꿈 때문일까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듯 합니다
무게없는 왕관은 때론 그 무엇보다 무겁게 느껴지곤 함니다

매년, 매달 척화비를 부수는 외교정책은 번번히 실패하고 맙니다
찬바람을 맞으며 나아가야할 방법을 항상 고민하지만 왕관만큼 무거운 발바닥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사실 발을 구르려 노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왕이 되고 해가 져도 잠들지 못 할 때가 많아졌고 달과 이야기 할 때도 많아 졌습니다
그럴때마다 문득 스물하고도 여덟평의 왕자이던 시절 나는 30살에 죽을 것이다 라고 말하던게 생각이 나곤합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장 춥다는 철원의 겨울바람에도 떨지 않았던 저조차 올해 이 곳의 겨울바람은 유난히 차게 느껴집니다

이룬 것이라곤 없지만, 노력은 하지 않은 것 같지만
싱그럽고 따스한 봄바람을 맞고 싶습니다

여전히 발을 들어올리기엔 무겁고 무섭지만,
이 결심이 우습고 유치하게 끝 날 수도있지만,
조금만 더 살아보려합니다

마침표는 찍지 않겠습니다
이 유서는 앞으로도 유예일테니
쉼표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올해의 끝에도 행운과 노력의 결실이 모두에게 있기를 바라며,

2평 남짓의 왕국의 왕, 올림